그러고보면 나는 언제나 엇나가고 싶어했다. 돌이켜보니 엇! 돌이킬수도 없을만큼 엇!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도 별탈없이 바르게 자라온 나는 언젠가부터-아마 꽤 오래전부터-비뚤어짐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마음한켠에 품었다. 공부를 꽤 착실히 해오면서도, 그리고 한치의 오차도 없는 착실함이 가져다주는 안온함과 그 또박또박한 규칙성을 너무나 사랑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일탈에 대한 동경을 가슴에 품었다. 교복을 풀어헤치고 흡연과 음주를 일삼고, 가끔 곁에서 남자와 모텔에 간 이야기를 속삭이는 무리들이 멋져보였다. 그들의 세세한 행동보다는, 기존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날것의 퍼덕거리는 무언가가 느껴져서 좋았다. 졸렬한 치기라 해도 좋았다. 규율 속에서, 규율에 고분고분 순종하면서 그 수혜를 톡톡히 받는 수혜자로써, 그저 그들이 나와 달라보여서 좋았다.
한번 엇!나가본 사람들에게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불량한 짓을 일삼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아'하고는 사람이 180도 돌변해서 성공하는 스토리가 그들에게는 너무나 많았다. 한번 바닥을 쳐본 사람에게는 처절한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내가 엇나가고 싶어했던 이유도, 결국은 뜨거운 에너지를 수혈받아 성공하고 싶은 바람에 지나지 않는가보다. 중간에 삐딱선을 타더라도 결국엔 바로 돌아오는 그들의 스토리를 좋아했으니까.
대학교가서 술과 담배와 오토바이와, 그리고 그밖의 많은 삐뚤어지기 위해 꿈꿔왔던 모든 세계가 내앞에 날것으로 펼쳐졌다. 아무런 감시와 제재도 없었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곧 나는 깨달았다. 나는 못 삐뚤어지는 사람이구나. 나는 겁이 많았다. 우연히 같은 수업듣는 선배가 강의실까지 오토바이를 태워줬는데, 나는 납치되어가는 여자마냥 교정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울었다. 무서웠다. 선배들이 술을 권했다. 주는대로 넙죽넙죽 다 받아마셨다.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개지고 온몸이 달아올랐다. 소주 한병 반을 마신적이 있는데 죽을 것 같았다. 땅이 나를 치받았다. 정신을 놓지 않았다. 이를 깨물었다. 집까지 꼭 내발로 가겠노라고. 나는 술을 먹고 한번도 필름이 끊긴적이 없다. 내가 정신을 놓고 난 뒤의 상황이 무섭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컨트롤하고 싶어하는 인간이라는 걸, 그게 안되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은 인간이라는걸, 소주 한병반을 먹고 파도치는 땅을 헤엄치며 알았다. 선배들이 장난으로 손에 담배를 쥐어줬다. 피워보라고 했다. 입에 잠시 물었다. 불을 붙이지 않았는데도 집에 돌아와서 하루종일 입술이 간지러운 착각에 시달렸다. 며칠 내내 그랬다. 니코틴이며 타르며 온갖 안좋은 성분들이 종이를 타고 내입술에 와 묻은 것 같아서 불쾌했다.
나는 삐뚤어질수 없는 인간이었다. 운동장에 그인 트랙의 선을 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트랙안을 바르게, 그리고 최대한 빨리 뛰어가면서 그 안에서 쾌락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나는 엇나갔으면, 그대로 엇나갈 인간인걸 이제는 안다.
작년 3월에도, 작년 4월에도 나는 취업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꽤 괴로워했는데. 도무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꽤 괴로워했는데 올해도 그렇다. 괴로움의 강도는 예년보다 덜한것 같은데, 부러 강한척 하려고 혼자 쇼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내가 마케팅 할 인간인가 이를 닦으며 생각해본다.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나보다 잘 할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원서를 쓸때는 '나는 마케팅 하려고 태어났습니다' 하고 적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디자인 할 인간인가? 한동안 꽤 오래도록, 마음이 아플만큼 디자인 공부에 목말라했다. 내가 구상했던 디자인과 똑같은 제품을 보고 불쾌해하거나 심란해했다. 나도 이만큼 할 수 있는데, 생각하면서. 그런데 내가 굳이 디자이너가 되지 않아도 나는 그렇게 괴롭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확실하게 밀어주지 못하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 그런식으로 변형되어 분출된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자. 그렇다면 내가 글을 쓸 인간인가? 그도 모르겠다. 일단 나는 스토리 구성력이 없다. 없다는 말로 단정짓긴 그렇지만,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스토리 구성에 대해 별 흥미가 없다. 일어난 일이나 나의 생각에 대해서 들려주는 것은 좋아하지만, 없는 무언가를 갖다쓰는 재주는 글쎄.
아. 나도 뭔가 나를 짜릿하고 저릿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찾고 싶은데, 찾을 노력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지치기만 한다. 이러다가 나도 그냥 느릿하게 흐릿하게 흘러가는건 아닌지. 짜릿과 흐릿 사이. 뭘까?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도 별탈없이 바르게 자라온 나는 언젠가부터-아마 꽤 오래전부터-비뚤어짐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마음한켠에 품었다. 공부를 꽤 착실히 해오면서도, 그리고 한치의 오차도 없는 착실함이 가져다주는 안온함과 그 또박또박한 규칙성을 너무나 사랑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일탈에 대한 동경을 가슴에 품었다. 교복을 풀어헤치고 흡연과 음주를 일삼고, 가끔 곁에서 남자와 모텔에 간 이야기를 속삭이는 무리들이 멋져보였다. 그들의 세세한 행동보다는, 기존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날것의 퍼덕거리는 무언가가 느껴져서 좋았다. 졸렬한 치기라 해도 좋았다. 규율 속에서, 규율에 고분고분 순종하면서 그 수혜를 톡톡히 받는 수혜자로써, 그저 그들이 나와 달라보여서 좋았다.
한번 엇!나가본 사람들에게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불량한 짓을 일삼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아'하고는 사람이 180도 돌변해서 성공하는 스토리가 그들에게는 너무나 많았다. 한번 바닥을 쳐본 사람에게는 처절한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내가 엇나가고 싶어했던 이유도, 결국은 뜨거운 에너지를 수혈받아 성공하고 싶은 바람에 지나지 않는가보다. 중간에 삐딱선을 타더라도 결국엔 바로 돌아오는 그들의 스토리를 좋아했으니까.
대학교가서 술과 담배와 오토바이와, 그리고 그밖의 많은 삐뚤어지기 위해 꿈꿔왔던 모든 세계가 내앞에 날것으로 펼쳐졌다. 아무런 감시와 제재도 없었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곧 나는 깨달았다. 나는 못 삐뚤어지는 사람이구나. 나는 겁이 많았다. 우연히 같은 수업듣는 선배가 강의실까지 오토바이를 태워줬는데, 나는 납치되어가는 여자마냥 교정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울었다. 무서웠다. 선배들이 술을 권했다. 주는대로 넙죽넙죽 다 받아마셨다.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개지고 온몸이 달아올랐다. 소주 한병 반을 마신적이 있는데 죽을 것 같았다. 땅이 나를 치받았다. 정신을 놓지 않았다. 이를 깨물었다. 집까지 꼭 내발로 가겠노라고. 나는 술을 먹고 한번도 필름이 끊긴적이 없다. 내가 정신을 놓고 난 뒤의 상황이 무섭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컨트롤하고 싶어하는 인간이라는 걸, 그게 안되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은 인간이라는걸, 소주 한병반을 먹고 파도치는 땅을 헤엄치며 알았다. 선배들이 장난으로 손에 담배를 쥐어줬다. 피워보라고 했다. 입에 잠시 물었다. 불을 붙이지 않았는데도 집에 돌아와서 하루종일 입술이 간지러운 착각에 시달렸다. 며칠 내내 그랬다. 니코틴이며 타르며 온갖 안좋은 성분들이 종이를 타고 내입술에 와 묻은 것 같아서 불쾌했다.
나는 삐뚤어질수 없는 인간이었다. 운동장에 그인 트랙의 선을 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트랙안을 바르게, 그리고 최대한 빨리 뛰어가면서 그 안에서 쾌락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나는 엇나갔으면, 그대로 엇나갈 인간인걸 이제는 안다.
작년 3월에도, 작년 4월에도 나는 취업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꽤 괴로워했는데. 도무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꽤 괴로워했는데 올해도 그렇다. 괴로움의 강도는 예년보다 덜한것 같은데, 부러 강한척 하려고 혼자 쇼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내가 마케팅 할 인간인가 이를 닦으며 생각해본다.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나보다 잘 할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원서를 쓸때는 '나는 마케팅 하려고 태어났습니다' 하고 적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디자인 할 인간인가? 한동안 꽤 오래도록, 마음이 아플만큼 디자인 공부에 목말라했다. 내가 구상했던 디자인과 똑같은 제품을 보고 불쾌해하거나 심란해했다. 나도 이만큼 할 수 있는데, 생각하면서. 그런데 내가 굳이 디자이너가 되지 않아도 나는 그렇게 괴롭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확실하게 밀어주지 못하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 그런식으로 변형되어 분출된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자. 그렇다면 내가 글을 쓸 인간인가? 그도 모르겠다. 일단 나는 스토리 구성력이 없다. 없다는 말로 단정짓긴 그렇지만,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스토리 구성에 대해 별 흥미가 없다. 일어난 일이나 나의 생각에 대해서 들려주는 것은 좋아하지만, 없는 무언가를 갖다쓰는 재주는 글쎄.
아. 나도 뭔가 나를 짜릿하고 저릿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찾고 싶은데, 찾을 노력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지치기만 한다. 이러다가 나도 그냥 느릿하게 흐릿하게 흘러가는건 아닌지. 짜릿과 흐릿 사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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