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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 : 2호점/잠자리 연필

헨젤과 그레텔


비오는 날.

'밖에서 샌드위치는 절대금지'- 흘리지 않고 먹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잔뜩 긴장하기 시작하여, 속부터 줄줄 흘리기 시작하다가 결국 내 두손에 남는건 알맹이 다 빠진 빵 혹은 빵없는 알맹이들- 강령을 깨고
너무 배가고파 눈에 띄는 샌드위치 가게로 들어가 이름이 제법 근사한 치킨 데리야끼 무슨 샌드위치를 테이크 아웃했습니다. 이까지는 좋습니다. '이번엔 흘리지 말아야지!' 사근사근 포장을 벗기고 한입 잘 깨물고 그 뒤로는 또다시 줄줄줄. 헨젤과 그레텔의 한장면인듯, 내가 길을 걸으며 흘린 샐러드와 치킨 조각들을 따라온다면 나를 만날 수 있을거예요. 배는 고프고, 비는 오고, 처량하게 비를 맞으며 샌드위치를 줄줄 흘리는 한 소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서서 들여다본 내 손바닥 위에는 역시나. 빵은 어디가고 조금의 샐러드만 남았네요. 아아 언제쯤이면 길위에서 멋지게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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