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만둔다고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한편으론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인지 내가 생각해도 못났을 정도로 상당히 어물쩍거렸다. 대표가 '그래서 그만두겠다는거에요? 계속 다니겠다는거에요?' 하고 반문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못났다.
예전에는 회사를 다니는 것에 큰 미련이 없어서 잘 그만뒀다. 미련을 둘 만큼 큰 회사도 아니었고. 친구들이 퇴사 이유를 물어오면 '힘들어서' 라고 답했고, 친구들은 힘들다는 이유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에 고개를 저었다. 다들 힘들다는 이유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그만둘 이유가 크게 없다. 하는 일도 괜찮고, 집에서도 가깝고 (회사 근처로 집을 옮겼으니), 사람들도 좋고, 꼰대짓을 하는 상사도 없다. (아니, 이렇게 쓰고나니 나 진짜 왜 그만두는거지.) 다니는 동안 몇 번 정도 퇴사를 고민하긴 했었지만, 1년쯤 다니고 나니 그 이유들도 시덥잖아졌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1인 가구인 나에게 회사는 곧 생계다. 용감한 척하는 자존심과는 다르게 온몸은 퇴사 선언을 하자마자 두려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메슥거리고 자꾸만 토할 것 같은 기분. 아니, 회사가 나에게 이렇게 중요한곳이었나. (물론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머니 속의 염주를 가만히 돌리는 것처럼 마음 속으로 자꾸만 퇴사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 다니기보다는 좀 더 즐겁고 싶다는 허세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거겠지.
꼭 회사 때문에 불행하다기 보다는, 그냥 좀 더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 9 to 6 속에서 괴로워하지 말고, 누가 말한 것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던가, 하는 일을 좋아하던가'. 갑갑하고 정신이 아득한 생일 42분 전.
'오늘의 날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년 2월 10일 (0) | 2018.02.10 |
---|---|
2018년 2월 9일 : 어젯밤, 그리고 오늘 아침의 이야기 (0) | 2018.02.09 |
2018년 2월 4일 (0) | 2018.02.04 |
2018년 2월 3일 : 올해의 겨울 (0) | 2018.02.03 |
2018년 1월 31일 : 칸쿤 (0) | 2018.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