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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크리스마스 보고서


실컷 썼는데 다 지워졌어요. 다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셨나요? 저는 오늘 새벽 세시에 일어나 가장 좋아하는 캐롤 한 곡만 - 난 한놈만 패니까! -  백 번도 넘게 들으면서, 창 밖의 달 보면서 케이크 구웠습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언니들에게 나눠주려고 구웠어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아침에 만나는 버스기사님께도 드리고 싶어서, 따로 포장해서 챙겨가갔습니다. 괜히 쑥스러워서 내리기 전까지 만지작거리다가 내리기 직전에
/ 기사님, 이거 드세요!
하고 쏙 내렸다는. '저 이번에 내려요!' 레쓰비 광고찍니.


너무 졸려서 자세한 이야긴 나중에 다시.


(×)
언니들이 작년에는 남자친구랑 보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며 아쉬워 했거든요. 근데 난 작년도 남자친구랑 안보냈는데, 그 작년도 아니었고. (뭐야뭐야) 크리스마스를 한국에서 보내지 않은 해도 많아서 기억들이 뒤죽박죽 섞이다보니, 크리스마스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뚜렷한 추억이 없는겁니다!

집에 오면서 작년 기억도 잘 생각이 안나서 더듬거렸더니, 지난해엔 어떤 애랑 시골에 놀러갔네요. 지지난해엔 뭐했지. 정말로 기억이 안난다! 그러고보니 2011년, 2012년, 2013년은 한 사람과 보냈네요. 2011년 크리스마스에 그 아이가 술에 취해 고백을 하고는 뛰어서 집에 도망가버렸어요. 나는 멀뚱히 그 뒷모습을 보고 있었고. 아이고, 그 아이는 이제 그토록 소원하던 아빠가 되었는데 :)

2014년은 실종되었지만, 그래도 기억하는 크리스마스는 음, 보자. 열아홉살 크리스마스는 처음으로 일본에 가서 디즈니랜드에 큰 감동을 받고 사랑하는 회전목마를 탔어요. 디즈니랜드에서 산 미키 머리띠를 학교선배가 부러뜨려서 울었던 기억이. . . 그리고 아마 스무살인가 스물한살인가, 중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았는데 중국은 크리스마스를 지내지 않거든요. 꽤 적막했는데 학원 선생님이 아주 귀여운 미키 인형을 선물로 주셨어요. 왕호우옌 선생님이었는데, 환하게 웃던 얼굴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그리고 연어처럼 더 거슬러 올라가면 다섯살 쯔음 이었나, 트리도 만들고 선물도 받았던 해가 있어요. 엄마한테 목걸이 갖고 싶다고 했는데, 크리스마스 아침에 머리 맡에 아무 것도 없을까봐 눈도 못 뜨고 손부터 머리 위로 뻗어서 더듬더듬 했을 때의 그 포장지 감촉이란! 남동생이랑 한 방을 썼는데 내 환호성에 동생도 잠에서 깨서는 트럭 장난감 선물을 받고 좋아하던 얼굴이 눈에 선하네요. 헤.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트리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여전히 오늘 들었던 마이 페이보릿 캐롤쏭을 백 번 정도 들으면서 케이크 구울거예요. 머리 맡에 손 뻗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준 선물이 뿅하고 있었으면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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