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끝나고 언니랑 오랫만에 같이 식사를 했다. 우리의, 특히 언니의 최대고민은 연애와 결혼. 언니는 '이제 3년만 있으면 마흔인데 너무 초조해.' 라는 말을 했다. 언니처럼 예쁘고 순한 사람도 드문 것 같은데 뭐가 문젤까. 언니는 남자볼 때 뭐가 가장 중한지 물었더니 '이 나이에 내 성격을 받아줄만한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두렵다고 했다. 괜찮은 사람은 이제 정말로 없을 것 같다고. '언니가 이렇게 괜찮은데 언니 짝꿍이 왜 없어요. 걱정마. 진짜 괜찮은 사람이 딱! 기다리니까.' 하고 말했다. 너무 따듯한 말이라며 언니가 가슴에 손을 얹는다.
또 다른 언니는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점집에서 '그 남자 배필은 네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상심에 빠졌다. '그 남자랑 결혼하고 운명을 뛰어넘는 인간의 위대한 의지를 실천하라'는 말을 해줬더니 막 웃는다. 좋으면 좋은거지 뭘.
난 있잖아, 예전에는 '운명의 짝'을 그토록 찾아헤맸던 것 같다. 결혼하자는 그 애가 내 짝이었나, 떠나 보낸 뒤에 오래 고민도 해봤고 또 다른 이를 두고도 오래도록 생각했었다. 그런데 말이다, 설령 운명의 짝이 있다한들 그 운명을 정말 내 것으로 만드는건 내 몫일거다. 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나에게도, 그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것.
그런 점에서 나는 부족하고 게으른 사람이었다. 서로 반반씩 노력해야 하는건데, 나는 귀찮으니까 상대방이 내 몫까지 감당하기를 바랬던 것 같다. '너는 왜 이러니?' '너는 왜 이것밖에 안되니?' '넌 좀 더 노력해야해.' 아프지만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난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나면 길거리든, 기차든, 동네 어귀든 누가 보거나 말거나 그렇게 서럽게 우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늘 다짐한다. 좀 더 어른이 되자, 라고. 나는 가만히 아이같고 상대에게 더 많이 어른을 요구하고 기다리기보다 내가 좀 더 어른이 되자라고.
어른이 되는건 좀 아프다. 아니, 많이 아프다. 팔다리가 쑥쑥 자랄 땐 저절로인가 싶더니, 어른이 되는건 그렇게나 아프다. 그래도 난 자라고 싶다.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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