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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6년 10월 29일

3주만에 합창 수업. 목이 안 열린다. 으악! 이럴수가. 3주 전엔 수업 가는 중에 길거리에서 전화로 대판 싸우고 울던 참이라 - 인사동 굿모닝을 엉엉 울면서 장식하던 내 모습이 참 - 수업을 할 수가 없었고, 2주 전엔 갑자기 휴강. 그리고 지난 주엔 결혼식.

오늘은 벨 수업이 있어서 신나게 공중에다가 벨을 휘둘렀다. 사람들도 저마다의 음계를 쥐고 공중에 음을 흩뿌리는데 소리도 그렇고 동작들이 요정같아 예쁘더라.

수업끝나고 언니랑 오랫만에 같이 식사를 했다. 우리의, 특히 언니의 최대고민은 연애와 결혼. 언니는 '이제 3년만 있으면 마흔인데 너무 초조해.' 라는 말을 했다. 언니처럼 예쁘고 순한 사람도 드문 것 같은데 뭐가 문젤까. 언니는 남자볼 때 뭐가 가장 중한지 물었더니 '이 나이에 내 성격을 받아줄만한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두렵다고 했다. 괜찮은 사람은 이제 정말로 없을 것 같다고. '언니가 이렇게 괜찮은데 언니 짝꿍이 왜 없어요. 걱정마. 진짜 괜찮은 사람이 딱! 기다리니까.' 하고 말했다. 너무 따듯한 말이라며 언니가 가슴에 손을 얹는다.

또 다른 언니는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점집에서 '그 남자 배필은 네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상심에 빠졌다. '그 남자랑 결혼하고 운명을 뛰어넘는 인간의 위대한 의지를 실천하라'는 말을 해줬더니 막 웃는다. 좋으면 좋은거지 뭘.

난 있잖아, 예전에는 '운명의 짝'을 그토록 찾아헤맸던 것 같다. 결혼하자는 그 애가 내 짝이었나, 떠나 보낸 뒤에 오래 고민도 해봤고 또 다른 이를 두고도 오래도록 생각했었다. 그런데 말이다, 설령 운명의 짝이 있다한들 그 운명을 정말 내 것으로 만드는건 내 몫일거다. 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나에게도, 그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것.

그런 점에서 나는 부족하고 게으른 사람이었다. 서로 반반씩 노력해야 하는건데, 나는 귀찮으니까 상대방이 내 몫까지 감당하기를 바랬던 것 같다. '너는 왜 이러니?' '너는 왜 이것밖에 안되니?' '넌 좀 더 노력해야해.' 아프지만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난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나면 길거리든, 기차든, 동네 어귀든 누가 보거나 말거나 그렇게 서럽게 우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늘 다짐한다. 좀 더 어른이 되자, 라고. 나는 가만히 아이같고 상대에게 더 많이 어른을 요구하고 기다리기보다 내가 좀 더 어른이 되자라고.

어른이 되는건 좀 아프다. 아니, 많이 아프다. 팔다리가 쑥쑥 자랄 땐 저절로인가 싶더니, 어른이 되는건 그렇게나 아프다. 그래도 난 자라고 싶다.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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