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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에 알게된 진실 : 목뼈

 

 

 

 

어버이날 하루 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온천을 세 시간이나 하고 와서 - 외할아버지가 그렇게 정하셨다. 할아버지는 혼자서 세 시간동안 남탕에서 대관절 무얼 하시는걸까? 너무 궁금해서 온천이 끝나고 '할아부지, 남탕에도 석류탕 녹차탕 있나요?' 하니까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리셨다. 할아버지는 어느 취향일까? 나처럼 분홍색이 좋아서 그냥 주구장창 석류탕에만 들어가있는 스타일일까, 우리 엄마처럼 오로지 파워뿐이이서 냉탕에서 폭포수를 양 어깨로 들이받는 스타일일까, 할머니처럼 묵묵히 빨래만 하는 스타일일까. 개인의 취향은 묘하고 신비로와 알 수가 없다 - 방에 누워 있었다. 안 갠 빨래와 같은 형국이었달까. 온 몸이 축 늘어져 있는데 시댁행사를 마친 새댁이 연락이 왔다.

 

 

대구에 왔노라고, 너희집에 놀러가겠노라고 큰소리 땅땅 쳐놓고는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친구 부부가 나를 모시러 왔고, 팥빙수까지 한 그릇 얻어먹고 신혼집에 입성했다. 친구 남편이 동갑이면 참 좋은게 정말 편하다.

 

 

- 나 : (친구 남편에게) 니 볼따구에 살 오른거 봐라. 터지겠노.

- 남편 : 안다. 고마해라.

- 친구 : 남의 남편한테 너무한거 아이가.

- 나 : 사실은 사실이지.

- 남편 : 치킨 한마리 시키야 안되겠나.

- 나 : 니 배부르다매

- 남편 : 밥은 밥이고 치킨은 치킨이지.

- 나 : 니가 뭘 아네.

 

 

곧이어 치킨이 왔다. 후끈한 종이박스를 열자마자 친구가 "목.목.목"을 외친다. 뭐?

 

 

- 친구 : 빨리 다리든 뭐든 잡아봐라. 목 ~ 목이 어딨지~

- 나 : 목? 닭목?

- 친구 : 응 나 목 좋아해.

 

 

17년을 알았어도 닭목을 좋아한다는건 처음 알았다. 너무 놀랍고 이상했다. 줘도 안먹는게 닭목아닌가. 비주얼도 구린데다가 먹을 살점도 마뜩찮아서. 친구는 닭목을 찾아내고는 비명을 지르며 즐겁게 닭목을 뜯는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 친구 남편의 아이스크림까지 정복하고 나서 친구에게 물었다.

 

- 나 : 근데 니 닭목을 왜 좋아하노?

- 친구 :  외할머니가 만날 닭시키면 오빠랑 동생(물론 남동생이다.)한테만 다리 줬단 말이야. 내한테는 목만 주고. 계속 먹다보니까 먹는 맛이 있더라고. 닭목 보면 U자로 굽어있거든. 그걸 입에 넣었을때 딱 맞으면 너무 좋아. 그리고 닭목이 어떤 건 살점이 두둑한게 있단 말이야. 그런거 찾는 재미도 있고.

- 나 : 그니까... 틀니끼는거 처럼 닭모가지를 니 입에 끼우면 그게그렇게 좋다고?

- 친구 : 어. 오독오독 씹는 맛이 있어. 닭목에 마디가 있잖아. 그거 씹는맛이 좋아.

- 친구남편 : 변태라니까.

- 나 : 그니까...니는 성장과정에서 차별받은 트라우마를 변태성으로 극복한거네. 대단하다.

- 친구 : 오독오독한게 좋잖아.

- 나 : 중국가면 닭벼슬부터 풀바디로 튀겨주는데 니 중국가서 벼슬부터 먹어봐라.

 

 

닭목이라... 나중에 친구가 나이들면 닭목을 틀니대신 끼워줘야지. 행복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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