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내내 연남동의 푸하하크림빵이 먹고 싶었다. 우리집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걸리려나. 그렇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사주길 미뤘더니, 드디어 데모가 일어났다. 오늘, 당장, 지금, 바로, 롸잇나우! 푸하하크림빵을 대령하라고. 소금맛과 녹차맛을 먹겠다는 섬세한 주문도 따라왔다.
그러나 흙냄새 가득한 비가 내리고, 나는 사람 가득한 버스에서 기어코 빵을 사러 내릴만큼 빵순이는 아니었던고로 곧장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 근처에 유명한 빵집이 많다. 다른 빵으로 푸하하를 부르짖는 세포들의 입막음을 해보려했으나 어림도 없지.
빵은 꼭 내일 사주마, 약속에 약속을 하고 냉장고를 열었다. 늘 틈만 나면 뭔가를, 특히 야채를 대량으로 사재끼는 깊은 주부병이 있는 나는 그렇게 많은 야채와 생선과 육류를 갖다 버리면서도 아직 그 버릇을 못고쳤다. 이번부터는 꼭 고쳐보려고 한다. 아무튼 자취생 집치고 케일, 토마토, 푸른방울토마토, 바나나, 사과, 건자두, 건바나나, 서울대 박사님이 개발한 어쩌구저쩌구 식빵에 닭찌찌살, 돼지등심, 돈까스, 제주산 생치즈까지 있다.
"나 되게 잘 나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