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까페에서 읽은 책은 지난 12월에 사둔 것이다. 내용이 딱딱하고 어려운 구석이 있어 집에서는 도통 손이 가질 않으니, 좋아하는 까페의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쿠션을 두개나 받치고 햇살을 등에 업고 밀크티를 홀짝홀짝 마시며 읽었다.
책의 말미에 사랑에 관한 문장이 부록처럼 딸려있었는데, 저 말을 곰곰 생각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일.
사랑이란 흔히 자기도 어쩔수없이 '빠지는' 이끌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랑은 결심하는 것이다. 나는 요즘 사랑에 대한 것들을 재정립하고 있다. 아, 삶의 전반에 관해서라고 해두자.
<오베라는 남자>에서 그녀가 그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 나는 좀 많이 울컥거렸다. 그녀가 은막 밖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나 어쨌든 영화 속 그녀는 '집도, 돈도 없고 직업도 변변찮은' 그를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마음 하나만을 보고.
그동안 내가 해왔던 연애와 앞으로 내가 원하는 관계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봤다. 흔한 연애는 얼마든지 널려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나는 시간을 나눌 사람 말고, 마음을 나눌 사람이 좋았다. 여전히 그가 좋았다.
상처에 비겁한 그를 보면서 너무나 화가 났지만, 그저 그와 똑같은 내 모습에 화가 난 것이었다는 걸 깨닫고 인정하는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 안에 사랑이 여전히 고여있다면, 그를 힐난하지 말고 감싸주었어야 했음을 이제는 안다. 그림자 아래 숨어있는 그를 억지로 햇살 아래 끌고 나올 것이 아니라 함께 그림자 아래서 손잡을 수 있음을, 그리고 내게 그럴만한 용기가 있는걸 깨달았다.
언젠가 마주하게 된다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