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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사랑 ,


늦은 밤, 연인과의 이별을 고민하느라 동네로 달려와 준 친구를 앞에 두고 자꾸 허공을 바라보고 있으니 친구가 그 허공을 힐끔한다.

목련이 참 아름다운 밤.

친구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건네면서 눈물과 한숨을 섞는 그녀의 얼굴을 보노라니, 아 이런게 연애였었지 싶다. 나는 2014년 9월 이후로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데, 그간 이렇게 연애를 쉰 적이 처음이라 해를 넘겼을 때는 나도 적잖이 놀랐달까.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만날 사람들은 늘 자연스럽게 만나졌다. 어느 해였나, 혼자 벚꽃을 보다가 '아 나 곧 연애하겠구나.' 싶었고 그 뒤로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모르던 누군가를 내 삶으로 들이게 되었으니까.

사람을 만나려면 새로운 활동을 하라고 주변에서 부추기지만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애써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좀 더 나에게 집중하고 싶었던 것 같고, 그럴 시기가 필요했다. 간간이 몇번의 데이트를 해봤는데 어느 누구에게도 집중이 되질 않더라. 누군가에게 깊이 빠져서 온종일 둥둥 떠다니는 감정도 무척 소중하고 좋지만 갈 곳 잃은 풍선처럼 불안하게 들뜨는 마음보다는, 내가 좀 더 중심을 잡고 내 삶에 다른 이를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큰 시기.

사람이란 누구나 불안정하고 연애라는 것은 두 쌍의 불안정함이 만나 그 결핍을 보완해가며 함께 안정적인 순간을 쌓는 과정인데, 사실 많은 연애의 패턴이 '내 결핍'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결핍을 메워주기만을 급급하게 바라다가 괴롭게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나는 내 자신에 대한 기준이 높고 엄격한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면서도 늘 그런 기준을 적용했던 것 같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그게 내 결핍이다. 그러니 상대방의 흠을 얼마나 잘 캐치했겠는가.

남자가 왜 저렇게 줏대가 없을까.
남자가 왜 저렇게 촐싹맞을까.
남자가 왜 저렇게 마음이 약할까.
남자가 왜 저렇게 . . .

내 높은 기준을 채워줄 남자가 세상에 어디있겠는가. 만약에 내가 이쯤에서 이런저런 마음의 부침을 겪지 않았다면, 나는 또 누군가를 만나 기준을 들이대며 강요를 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 그 첫걸음이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그 연습을 해야 연애를 해도 가짜 연애가 아닌 진짜 연애를 하고, 기준을 그 사람 앞에 세우기 보다는 그 사람을 앞에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나에게 지금이 참 다행이다. 삶에서 젊고 아름다운 시기이고, 누군가를 섣불리 초대하기 전에 연습을 하고 있으니까. 연습장에 어설픈 줄 하나라도 그어보려는 중이니까. 연애는 아름다운 것이란 믿음에는 변함이 없어서 잘 해보고 싶은 마음도 늘 있으니까.

사랑을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지만, 사랑을 주고 또 받는 느낌은 정말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어서 사람을 근사하게 만들어준다. 친구가 질질 짜면서도 '나는 그래도 계속 사랑할꺼야.'라고 말하는 걸 보며 '저스트 두 잇!' 하고 대꾸해줬다.

아마 이렇게 줄줄 근사한척 하고 있어도 연애가 시작되면 나는 또 예전의 습을 반복하려 할 것이다. 그렇지만 예전보단 좀 더 빨리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해봐야 알겠지만 :)

허상을 꿈꾸지말고 현재를 마주할 것.
나 그리고 올해는 왠지 연애할 것 같다.
그런 기분이 든다.

누굴지 모르지만 같이 한 번 잘해봐요.
많이 도와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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