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문제

어제 늦은밤, 시커먼 눈밑 그림자를 데리고 피로를 호소하며 강의를 듣는데 강사님의 이런 말이 있었다.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입니다.

몇해전 한 걸그룹의 의지 드립도 떠오르면서, 의지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본다. 의지는 뜻 의에 뜻 지를 쓴다. 한글로 풀이하면 뜻뜻. 뜻 곱배기. 뜻을 두개나 세워야 하는 일이니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통 뜻으로는 안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척봐서 도무지 힘들고 어려운 일에 의지를 발휘한다. 가령 살을 10키로 빼겠다던가,성적을 얼마 올리겠다던가, 운동을 시작하겠다던가.

의지를 발휘해야하는 일은 마땅히 잘 안된다. 당연하지. 그런데 우리는 자주 우리의 의지를 책망한다. 나는 고등학교때 새벽 5시에 일어나겠다며 기상에의 의지를 불살랐는데, 잘 될리가 없었다. 자정까지 공부하고 집에 오는데 어떻게 5시에 일어난단 말인가. 그렇지만 그때는 번번이 기상 후 나를 책망했다. 알람시계를 끄지 못하게 단추에 본드로 압정도 덕지덕지 발라두었는데, 일어나보면 손가락에 마른 핏자국이 더러 있었다. 이 얼마나 나를 심하게 고문하는 것인가. 기껏자야 6시간을 못자는데 더 못자게 한데다가 짜릿한 압정 선물까지.

뜻을 두개나 세우기 전에 우리는 먼저 자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한다. 무턱대고 짜장면 곱배기를 먹으라고 윽박지를게 아니라, 지금 배가 얼마나 고픈지, 짜장면을 좋아하긴 하는지 먼저 물어봐야 될 것 아닌가.

새해가 시작될때마다 늘 목록에 적어넣는 몇가지 계획이 있었는데, 이것이 해를 거듭하면서 꾸준히 못 지키다보니 아예 다음 새해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기타 배우기'다.

회사를 마치고 기타를 둘러메고 주 1회 수업이라며 두어달 다닌 적도 있지만, 배우기 전에 혼자서 얼기설기 뜯던 실력과 비교해 썩 나아진게 없다. 그렇게 방치하고 또 방치하고. 그러다가 문득 나는 어쩌면 기타를 '배우기'에 부적합한 친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기타 치면서 부르고 싶은거니까. 그래서 나는 이제 혼자 치기로했다.
그리고 게으른 나의 성정도 이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