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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나의 ,

나의 현실도피는 주로 영화다. 툭하면 영화관으로 달려가는 날이 많았던 나. 영화를 보면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다는 그럴싸한 표면적인 이유가 있지만, 한겹만 벗겨보면 '내 삶'에 대해선 생각하기 싫었던거다. 마주보기엔 때로 너무 두려우니까.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자극에 나를 내어주는 느낌을 좋아했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숨이 차도록 땀을 흘린다. 강렬한 무엇에 사로잡힌 이 느낌이 살아있는거라 위안했다. 내 마음을 엷게 뒤덮고 있는 세상의 온갖 것들을 걷어내고 나면 무엇이 남아있을까. 구멍, 그건 커다란 구멍이다.

요즘 나의 마음에 깊은 바람이 분다.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줄곧 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걷다가 그 구멍이 너무 깊고 커서, 너무나 서늘해서 멈춰서서 가슴을 지그시 누른 적도 더러 있었다. 나만 이렇게 커다랗고 서늘한 구멍을 데리고 사나, 염려가 되다가도 길거리의 많고 많은 술집을 보며 위안 삼는다. 많고 많은 사람들이 그 구멍을 견디다 못해 뜨끈한 술을 붓는거겠지. 마셔도 마셔도 자꾸만 서늘하니 자꾸만 더 붓는거겠지. 구멍을 메워볼 요량이겠지, 다들. 그런거겠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집으로 가는 길에 엉엉 울었다. 퇴근하고 공기가 너무 아름다웠다. 공기에서 이젠 숨길 수 없는 달짝지근한 봄냄새가 난다. 이렇게 벌써 봄인데 어쩌지, 싶다가 집으로 걷는데 뚝뚝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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