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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각자가 바라는 삶

 

 

 

 

 

* 어제가 2월 29일이었지.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온다는. 요즘 페이스북에서는 과거의 그 날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아무 생각없이 4년전 2월 29일자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살짝 놀랐다. 버스에서 뉴발을 신은 할아버지들을 몰래 찍은 사진이었는데 '대구'라고 버스 어느 귀퉁이에 적힌걸 봐서 아직 대구에 살고 있을 때였나보다. 4년전 나는 이맘때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몇개월 뒤에 문득 서울살이를 시작하게 될꺼라는 걸 알았을까. 아무 것도 몰랐을테지.

 

 

* '너 행복하냐?' 는 뜬금없는 나의 전화에서 친구가 터졌다. 거의 모든 감정을 혼자서 소화하고- 사실은 소화하지 못하고- 처리하는 성격이라 주변에는 잘 내색하지 않는 편인데, 어제따라 유래없이 친구 하나를 붙들고 '넌 행복하냐?' 라는 볼멘소리를 했다. 실은 '나 행복하지 못해' 하고 칭얼대고 싶은거였는데,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친구가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다시 누군가와 시작하는 결혼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왜 이렇게 답답할까, 하고. 어! 이런. 잘 할 수 있을거라 말해줬지만 쫓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욕심이겠지만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했으면 좋겠어. 때되서 챙겨먹는 끼니말고, 먹고 싶어 먹는 소박하지만 정감어린 밥 한끼였으면 좋겠어. 나의 소망이기도.

 

 

*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내일 출근을 한다. 출근을 시작한다, 라고 쓰는게 맞는 표현이려나. 두렵다. 출근을 하는게 맞는건지 두렵고, 언제까지 출판사의 언저리를 떠돌텐지 두렵고, 다시 먹고사니즘에 빠져 겨우 찾은 여유를 잃어버릴까봐 두렵고 이 모든 고민이 곧 우스워질까봐 두렵다. 잘하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 잘 할 필요가 없는건가. 긁적.

 

 

* 아 일본이여. 나의 장기간 백수생활을 당연히 점친 누군가가 함께 일본 여행을 제안했으나 못 간다. 사요나라 일본 사쿠라. 나 왠지 기모노나 유카타 같은게 좀 근사하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크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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