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간만에 배드민턴 치고, 밥이나 먹을 요량으로 들른 식당치고는 꽤 거창하다. 한참 안들른 새에 리모델링이 되어서는 등에 라켓 메고 모자 덮어쓴 차림이 영 머쓱하구만.
다시 겨울인지 덜덜 떨며 집으로 향하는 길에 메일 하나가 띠롱. 하지도 않는 인스타에 지인들 사진이 뜬다. 애랑 같이 찍은 사진, 뭘 먹은 사진에다가 엠마왓슨은 왜 뜨는거냐. 나만 해도 벌려놓은 티스토리 블로그 외에 페북 친구가 400명 가량. 외국 친구들이 자기들은 라인을 주로 쓴다고 라인도 깔았지, 변요한 사진 보려고 인스타 도 가끔 하지, 게다가 카스를 쓰는 몇몇 지인이 있어 카스도 가끔 들여다 봐야하지. 글쓰는 채널인 브런치도 운영 중이고 지금은 닫았지만 네이버 블로그에도 게시물이 꽤 있고.
어느 연구결과였나, '페이스북 친구 중 진정한 친구는 단 네 명'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와 진짜 친한 친구들은 나와 온라인 상에서 아무 연고가 없다. 하나는 컴맹이고, 하나는 툭 하면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 하나는 보안상의 이유로 회사에서 SNS 운영 금지.
그러니까 주변인들에게 '무심하지 않은' 척 하려면 페북과 인스타와 카스와 라인을 부지런히 오가며 하트를 겁나 누르고 댓글을 열심히 달면 되겠지만, 진짜로 내가 무심하지 않은 사람은 다섯 손가락안에 든단 말이겠지.
다들 서로의 근황을 전시하고 또 관람하면서 무슨 생각들을 할까.
나 잘 지낸다, 넌 어떠니?
일정수준의 안이한 관심만 유지하면 되는 세상. 10을 한사람에게 몰빵하기 보다는 1을 열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 '좋은 사람' 되기에 편하니까.
졸린다. 나는 그냥 무심한 사람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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