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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2월 25일 : 나이트 뮤지엄

 

 

 

 

어제밤, 홀로 미술관에 머물러있던 정서가 너무나 좋아서 오늘은 서울시립미술관을 갔다.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데 서울사는 동안 통 와보지를 않았다. 오히려 대구에 살 때 꾸역꾸역 전시보러 왔었던 기억이 나네. 왜 그랬지? 라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 때는 그 나름대로 뭔가를 했거나 하기 싫었겠지. 뭐든 이유가 있겠지. 없으면 없는거고.

 

 

현재는 <서울바베>라는 전시를 진행 중. 종로의 대림미술관에서는 오늘부터 <컬러 유어 라이프>라는 전시가 오픈이다. 무엇을 갈까요, 고민을 하다가 게으름을 부리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 <서울바베>를 잠깐 보러 다녀왔다. 세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입장 순간 나를 휙 감싸는 공기가 좋다. 밤에만 여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있다면 어떨까? 밤에만 어울리는 작품들을 가져다 놓고 밤에만 개장한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근사할 것 같다. 많은 근사한 작품들 중에 스케치 하나가 내 눈길을 사로 잡아서 줄곧 들여다봤다. '보문찻집'이라는 찻집을 열었다가 닫게된 이야기가 짤막하게 그려져 있엇다. 순간 아는 언니 하나가 떠올랐다. 언니는 어쩌면 나의 한 발 앞선 꿈이었는데. 글도 곧잘 쓰고, 수준급의 바이올린 실력에다가 공기를 붕붕 떠다니는 것처럼 쾌할하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없고, 세계 여기저기를 떠돌아 살았던 언니. 언니를 알게 된 무렵, 언니는 내가 다니던 대학교 근처에 작은 밥집을 열어 직접 만든 음식과 팔고 있었다. 그 가게를 참 좋아했었다. 언니도 가게를 닫을 때, 마음이 아파서 줄곧 며칠을 누워서 울었을까? 언니가 가게를 닫게될 즈음에는 언니에 대한 마음이 먼저 닫혀 버려서 소식을 도통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거다. 지나고나니 우리는 모두 어렸기에.

 

 

 

 

 

 

 

 

지나치게 맛집에 탐닉하는 사람은 인생에 진정한 낙이 없는거라는 말을, 유명한 칼럼니스트의 인터뷰에서도 읽었고 최근에 산 책에서도 읽었는데. 게다가 하필이면 그 인터뷰와 책을 읽은 날이 같은 날이라서 나는 더욱 분개했지만! 아무튼 시청역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추운데 오들오들 떨며 줄을 한참이나 서서 그 유명하다는 시청 족발을 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맛이 없었다. 한 젓가락 딱 댔는데 바로 물린다 싶었다. 나라는 사람이 맛집으로 성공하기는 참 힘들겠구나. 개별화 된 입맛의 최대치 교집합을 뽑아내야 되는거니까. 아무튼 그렇게 줄이 길게 늘어서 있길래 작년부터 궁금했는데 궁금증을 풀었으니 됐다.

 

 

집으로 오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일에 치여 죽겠다고 목소리에 매달린 눈물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내일 춤이나 추러 가고 싶었는데, 라이브 클럽 데이 티켓 예매도 못하고 모범생에 몸치는 놀 줄도 모르고. '나쁜 짓 하고 싶다'는 친구 말에 최대한 생각할 수 있는게 골목길에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 피면서 깡소주 마시기. 건너 건너 사람들은 약도 빨고 잘 하더만. 응축된 뭔가를 폭발시킬 무엇이 필요하지만 모범생의 최대 단점은 놀 줄 모른다는 것이다.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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