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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깊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생일선물로 받은 향초를 처음 켰다. 시작이 하루 늦긴 했지만 나도 이번에는 사순시기를 잘 보내보리라. 매일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초를 켜고    기도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드 심지는 처음이라 초반에 불이 붙지 않아 애를 먹었다. 한번 꺼트렸다가 다시 불을 붙이니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타 들어간다. 불을 꺼놓고 초가 타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했다. 상처받은 내 마음을 위한 기도였는데 나도 모르게 내 이름 대신 그 이름이 나온다. 속으로 '미쳤구나, 단단히 미쳤어. 이 여자야.' 라는 비아냥이 솟구치지만 줄곧 당신을 위한 기도를 하다가 끝났다. 당신을 아름답게 그리워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달라고도 빌었다.

기도를 하는동안, 간간이 눈을 떠 타들어가는 심지를 바라보는동안 '깊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하는구나.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무런 이유도 없기에 아름다운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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