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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처음엔 사랑이란게


퇴근. 당분간 다른 회사 일을 돕고 있다. 오늘따라 하루 온종일 진이 쪽빨려 힘들어하는 내게 과장님은 '삶은 포기할게 많은거' 라고, 그래서 다들 그렇게 포기하면서 사는거라는 말을 했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않은 마음이 마음 속에 들어있어서 희미하게 동의하는 척을 했다.

밤이 밝다. 슬슬 달뜬다. 봄이 오는구나, 봄이 다시 오는구나 싶어서. 오늘은 아침 출근길에 눈송이가 엉겨 잔뜩 찌푸렸지만, 높은 건물에 올라 창밖을 내다보니 높은 곳의 눈송이들이 어지럽게 춤을 춘다. 사람은 눈송이일까, 밤하늘의 별일까.

슬슬 봄맞을 준비를 홀로 이르게 시작하려는 속셈인지 버스커버스커를 듣고있다. 장범준 이 친구의 노래를 몇해동안 들었지만, 장범준의 노래와 함께 몇번의 벚꽃이 지나갔지만, 들을때마다 사랑에 대한 이 친구의 시선이 놀랍고 고맙다. 빤한 사랑 하나 가지고 노래를 수십곡이나 만든건데, 그 노래들이 또 다 대부분 좋아. 이쯤되면 이 친구가 겪은 사랑의 바리에이션이 궁금해진다. 한 사람을 이러저러하게 다 좋아해봤거나 ㅡ 짝사랑하다 연애 찐하게 하고 헤어지고 못잊고, 혹은 대차게 차이고 못잊고 ㅡ 여러사람과의 다양한 연애를 바탕으로 이런 가사, 멜로디를 쓸 수 있는걸텐데. 사랑의 감정은 절대 상상불가의 영역이므로.

2주전쯤이었나, 영화 <무뢰한>을 극장에서 보고나와 추운 저녁 속을 걸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사랑도 있다' 하고 몇 번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오늘 저녁, 퇴근 후 잠깐 들른 서점에서 글귀 하나를 발견했다. '마음에는 배신이 없다. 거래를 한게 아니었으므로.'

곰곰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맞다. 내 마음을 너에게 주었으니, 너의 마음을 내게 내어달라 하지 못한다. 내 마음을 너에게 줄 수 밖에 없어 그리 한 것이니까. '이상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감정의 이름표를 찾아 헤멨지만 사랑의 표준을 어떻게 규정하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 내가 한 것은 사랑이고 너와 거래하지 않았으니 그냥 그렇게 된 것이구나. 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아주 오래 나의 사랑을 생각하겠지. 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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