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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매일의 얌,채식

따끈따끈 얼큰한 오뎅나베 (feat.콧물)

 

△ 오뎅은 작게 나눠 냉동실에 넣으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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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과 한 박스랑 부산어묵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미 회사에서는 '언제 한 번 오뎅같이 먹어요' 가 제게 건네는 인사말이 되어버렸는데, 음. 앉은 자리에서 평균 17개 정도를 먹을 수 있습니다. 물론 펄럭이는 넓적한 치마오뎅을 꾹꾹 세번이나 접은 두꺼운 오뎅이죠. 5년쯤 전에 오뎅 40개먹기 내기를 한 적이 있는데- 물론 질리가 없지요. 남자 선배와 붙었는데도 이겨먹은 그 위장 - 그 말이 와전되어서, 사내에서는 '저 여자가 한번에 오뎅 100개를 먹는다' 라고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버렸다는...

 

 

아무튼 엄마가 효성어묵 한 봉지를 보내주셨어요. 하고많은 부산오뎅 중에 이게 갑입니다. 역시 몇 년전에 엄마와 시장에서 보리밥을 먹는데, 갑자기 밥집 아줌마가 나를 보더니 '오뎅은 효성어묵이 맛있어요' 라고 뜬금포를 건네는거예요. 보리밥 집에서 오뎅을 팔리도 없고. 내 얼굴에 오뎅 좋아한다고 써 있나? 이 아줌마 오뎅 브로커인가? 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속는셈치고 사 본 효성어묵은 진짜 맛이 좋아서, 한번씩 고향에 내려갈때마다 엄마한테 미리 사놓으라고 부탁을 한 뒤 실컷 까먹고 옵니다. (내가 떡볶이랑 오뎅만 끊어도 순식간에 5키로는 빠질텐데. 쩝)

 

 

주말이고 집이고 - 슬프네?- 따듯한게 먹고 싶기도 해서 오뎅나베를 만들어보기로. 마침 집에 알배추 조금 남은 것도 있고, 뭐 재료는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넣으면 되죠. 역시 레시피는 내 맘대로.

 

 

 

 

 

 

 

 

1. 국물 만들기

 

 

아날로그 요리부심이 있어서 연두라던가, 맛선생이라던가 하는 국물용 베이스를 쓰지 않아요. 재료 본연의 맛을 고집하는 이상한 장인정신이 있습니다. 모든 요리는 소금과 간장으로만 맛을 내는 편인데, 어느날 엄마가 요리하는 뒷모습을 므흣하게 바라보다가 미원을 때려붓는 모습에 깜짝 놀랐...엄마의 맛, 미원의 맛. 고향의 맛. 다시다.

 

 

말린 표고 한 줌과 알배추 몇 장을 손질해서 바글바글 끓여줍니다.

 

 

 

 

 

 

 

2. 그 때 왜 그랬어

 

 

몇 시간도 안되서 바로 꺼내쓸꺼면 왜 나를 냉동실에 넣었어. 채 얼음도 안 낀 오뎅을 꺼내서 쑹덩쑹덩 잘라 함께 끓여줍니다. 원래 오뎅은 맨 마지막에 넣어서 먹으면 되는데, 이건 장시간을 오느라 살짝 시큼한 냄새도 나고 상했을 우려가 있어서 오래 끓여요.

 

 

3. 양념장 만들기

 

 

며느리도 안알랴줌.

간장 조금 + 통후추 벅벅 갈아서 + 고춧가루 조금 넣어줍니다.

다진 마늘이나 생강 따위가 있다면 같이 넣어주시면 되요. 자취생은 그런거 없어.

전 취향있는 자취생이라 꼭 필요한건 없고 굳이 없어도 되는 것들을 굳이 갖추고 살아요.

 

 

아, 전 매운걸 싫어해서 안 넣지만 청양고추도 한 두개 썰어넣어주면 칼칼칼.

 

 

 

 

 

 

 

 

4. 뽕 맞은 것처럼~

 

 

하아 고수냄새. 전 고수가 너무 좋아요. 맨날 고수에 얼굴 파묻고 뽕쟁이처럼 킁킁거려요. 그 고수도 좋아합니다. (고수씨, 행복하시죠?) 오뎅이 어느정도 익으면 좋아하는 야채를 넣어주세요. 여러명이 같이 먹을거면 국물양도 좀 넉넉하게 하고, 야채도 세네가지 준비해서 넣어주면 됩니다. 고수는 취향타기 때문에 혼자 먹을때는 팍팍 넣지만, 일반적으로는 팽이버섯이나 청경채 넣으면 좋아요. 이 야채들은 값도 싸고 맛도 좋고 양도 넉넉하거든요. 

 

 

 

 

 

 

5. 소주도 못 마시면서 소주 안주를 만들었네

 

 

끓이면서 오뎅이나 야채를 건져서 양념장에 꾹꾹 찍어먹으면 나베이고, 국그릇에 담으면 오뎅국이 되고 참 쉽죠잉. 아. 알배추 시원한 맛이랑 고수 상쾌한 맛이랑 막 범벅이 되서 뒤통수를 후려치는... 진짜 맛있어요. 고수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조합을 추천합니다. 지난달에 친구 생일에 미역국 끓여주고 남은 한우 양지가 조금 남아있거든요. 육수낼 때 그걸로 내도 진짜 맛있을 것 같아요. 전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집에 친구들 초대해서 한번 끓여주고 싶은 맛이랄까.

 

 

엄마가 늘 요리 끝에 중얼거리는 말을 따라하며

'아 내가 만들었는데도 왜 이렇게 맛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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