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퇴근. 지겹고 지겨운 마감을 끝내고 간만에 일찍 퇴근하는 저녁이다. 비도 그쳤겠다, 조금은 마음에 여백이 생겨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전화를 받자마자 코웃음을 쳤다. 한번도 이런일이 없었는데. 그동안 줄창 아버지의 전화며 문자를 '씹어온' 불효녀의 마음에도 뜨끔하는 스크래치가 생겼다. 핸드폰이 고장나서 연락을 못했다는 핑계를 댔지만 먹힐리 없었다. 아버지는 '내가 죽어봐야, 그리고 니가 자식을 낳아봐야 아부지의 마음을 그제야 깨닫고 후회할 것이다' 라는 말을 했다. 전화를 끊고나서 나도 모르게 '부모로 사는 것도, 자식으로 사는 것도 어렵습니다...' 라고 깊은 한탄섞인 문장을 내뱉었다. 내가 조금만 더 못되쳐먹었으면 '그럼 아버지는 자식된 내 마음을 헤아려보기나 했어요?' 라는 문장을 꺼내 가뜩이나 여린 아버지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오만상 냈을텐데. 나는 이렇게 집과 멀어지는가. 집이 불편하다. 점점.
온갖 일을 도맡아 해결하려 들다보면 결국 이런식으로 곯아터지게 된다. 한번도 불편하고 어려운 속내를 꺼내진 않았으면서 '왜 도와주지 않았냐!' 라는 이상한 반감을 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자꾸 부모에 대해 부아를 터트리게 된다. 기도, 기도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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