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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연말정산

 

△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벌써 일년.

 

 

 

아직 좀 이르지만, 이른대로 연말정산.

 

 

1월 : 새해 이튿날 대만에서 돌아옴. 실업 3개월째. 즉 낮밤 뒤바뀐지도 3개월째. 패턴을 바꿔보려 새벽반 배드민턴을 등록. 딱 두번 나감. 어느날 갑자기 방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그대로 뛰어나가 제주도행 밤비행기를 탐. 내 인생 첫 제주도, 안녕.

 

2월 : 축 생신. 생일 이틀전 태국으로 날아감. 잊을 수 없이 아름다운 것들을 하도 많이 보고 겪어서 정신이 얼얼해짐. 한국으로 돌아와 통도사 매화를 보러 감. 매화가 아름답게 피어있었음. 이게 매화구나.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잠시 혼곤.  

 

3월 : 3월 맞아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가 사고. 자전거가 차체에 납작 깔림. 실업 5개월째. 병원을 다니면서 슬슬 성의없는 이력서를 쓰기 시작. 콘서트와 전시는 부지런히 다님.

 

4월 : 4월의 목표에 '매일 아침과 저녁에 명상' 이라고 씌여있음. 아마 5년째 못 지킨듯. 벚꽃이 예쁘게 돋아난 계절. 근처의 공원과 산에 혼자 벚꽃을 보러다님. 고귀한 백수의 시간을 이때만큼은 만끽함. 여전히 전시와 영화, 음악은 틈틈이 챙김. 농식품 코디네이터 강의를 듣기 시작함. 이유? 그냥.

 

5월 : 강의 옆자리 언니의 권유로 갑자기 어린이날 소개팅을 함. '예쁘고 귀여운 애'라고 나를 소개했다고 해서 거울을 들여다 본 기억이 잠깐. 김대식 씨와 마주본 어린이날, 이 사람을 대신할 다른 누군가가 문득 떠올라 그와의 대화를 상상함. 비싼 차타고 비싼 밥먹고 비싼 동네에서 하루종일 머무름. 그러나 마음이 텅텅 가난해서 '줘도 못먹냐' 라고 속으로 혀를 끌끌. 공연 몇 개를 보러 다님. 큰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한달간 애쓰는 시간을 보냄. 가고싶지 않은데 가야되는, 배고픈데 배부른 이상한 상황. 마음이 복잡해 인터넷에 집을 내놨으나 하루만에 나가는 바람에 갈데가 없어짐.서류 시험 후 면접 거절했으나 인사팀장 설득하에 어찌어찌 최종까지가서 떨어짐. 계속해서 이력서를 열심히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니고 음악을 들으러 다님.

 

6월 : 두 친구집을 왔다갔다. 서로 자기집에 오라는 고마운 제안을 함. 내 인성에 대해서 스스로 돌아봄. 여의도 회사 잠깐 다니다 홍대로 이직. 아끼던 도너츠 모양 줄감개를 잃어버림. 잦은 회식. 기타 강습 시작.

 

7월 : 문득 어느날 밤에 기대도 없이 방을 보러 갔다가 집주인이 마음에 들어서 방계약. 기타 수업 계속. 혼자 결혼식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감. 회사 친구들과 저멀리 1시간도 넘게 걸리는 냉면집 투어. 병원 치료 끝. 텅빈 방에 밥솥부터 마련.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다이어리에 붙어있는 스티커 '지금처럼 일할꺼면 어렸을때 존나놀걸' 공감 100%.

 

8월 : 알 이즈 웰. 퇴근 후 글쓰기 수업 시작. 음악은 하나도 못듣고 간신히 영화 한편. 팍팍.

 

9월 : 다이어리 한 줄 '시들지 마시오!'. 2년 이상 버텨오던 핸드폰이 먹통이라 갑자기 바꿈. 이 안에 들어있는 마음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걸까, 잠시 고민. 좋아한다는 고백을 들은 어느날 아침, 온몸이 덜덜 떨려 주저 앉음. 보고싶다, 그 애를 너무 많이 좋아한다, 라는 말이 다이어리 칸칸마다 쓰여있음. 다이어리의 글씨가 갑자기 예뻐짐.  

 

10월 : 1년전부터 벼뤄오던 소리나는 물건들을 삼. 비오는 날, 하나하나 눈을 감고 몇번이나 들어보고 마음에 닿는 소리들을 골라 데려옴. '소리에도 인연이 있는데 주인을 만났네요' 숍의 판매자가 하는 말. 4년째 꼬박꼬박 우쿨렐레 축제 출석. 5월 어느메에 만났던 선배를 다시 만남. 5월엔 내가 백수, 이제는 선배가 백수. 4년 8개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가는 뒷모습을 바라봄. 다음 만남은 아마 1년 뒤? 2년 뒤? 혹은 내가 실직 뒤? 피식.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고 오래된 친구의 결혼이 31일. 할로윈데이라는데 호박이라도 쓰고가서 엉엉 울까 싶음. '너 나중에 크면 나 데리고 살면 안 돼? 방 두칸에.' '그래 그러자' 나 데리고 산다던 친구의 그 말이 생각나 문득 물었더니 '미얀, 집 명의가...' 우리 어른이 다 됐네. 말일에 개봉하는 영화 한 편을 몹시 기다리는 중.

 

11월 :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헝거게임 개봉예정.

 

1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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