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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Goodbye Sep, 2015 : You make me feel alright

 

△ 어서오세요. 할 게 많아요. 우리.

 

 

 

자기 전에 알려달라는 말은, 대화가 뚝 끊길때마다 느끼는 섭섭함과 물음표의 맛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당신 하루의 끝에 내가 서 있었으면 해서예요. 그대의 하루가 어땠는지, 그러니까 어떤 일이 있었고 누구를 만났고 어떤 옷을 입었고 무엇을 먹었고 기분이 어땠는지 굳이 들려주지 않으면, 그리고 들으려 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겠지만, 우리가 그렇게 놓여져 있지만 그래도 시시콜콜한 하루의 끝에 내가 있으면 '오늘 하루도 수고 했어요.' 라고 당신의 하루를 꾸욱 뭉뚱그려 보듬을 수 있으니까.

 

 

*

 

 

간밤의 슬픔이 꿈까지 쫓아와 나를 다 헤집고 할퀴는 9월의 마지막 날. 어울려 먹는 점심도 귀찮고 사람보단 돈으로 나를 위로하겠다 싶은 날. 북적이는 홍대거리의 어느 가게에 들어가 이것저것 예쁜 색깔을 손등에 의미없이 문질러보는 시간. 내일은 시월의 첫날이니 점심으로 근사한 샌드위치를 먹자는 권유도 시큰둥. 혼자 밥먹고 어딘가로 재빨리 나가는 내 뒤통수가 신경쓰여 연락해 온 친구들에게도 마음껏 고마워하지는 못하는 좁은 마음. 문제없는 문제. '슬럼프인건가' 모니터를 바라보다 책상에 엎드려 고개를 푹 파묻는 내게 당신의 목소리. (웃음 참느라) 엎드려 흐느끼는 내 등. 원래는 퇴근 후 재빨리 집으로 가서 저녁이고 뭐고 벽을 바라보며 침대에 모로 누워 팔짱을 끼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쓰고 잠이나 자버려야짓, 하는 마음이었지만 퇴근 후에 맛있는 집으로 가서 부러 줄을 서서 고수를 듬뿍 넣은 따끈한 쌀국수도 먹고, 집에 필요한 자잘한 것들을 잊지 않고 사고 (쓰레기 봉투까지!), 으쌰으쌰 기운내서 오르막을 오르는 저녁. 자기 전 '고자라니'를 들으며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큰 소리로 웃는 9월에서 어느덧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