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잠깐 누굴 만날 일이 있어 나갔다 왔다. 내 얼굴을 본 그녀의 첫마디가 '왜 이렇게 슬퍼요?' 였고 '네?' 라고 반문하는 내게 그녀는 재차 '무슨 일 있어요?' 라고 깜짝 놀라 물었다. 네? 방금까지 고자영상을 보느라 깔깔 웃다 약속에 늦을뻔 한 걸 증명할 수도 없고 '아무 일도 없는데요?' 라고 대답했는데 그녀는 내가 뭔가를 숨긴다고 생각하는 눈치로 더는 묻지 않는다.
음. 그러니까 근래 2주간 들은 말을 종합해보면
지현씨 괜찮아요?
어디 아파요?
사람이 왜 그렇게 지쳐보여요.
얼굴이 창백해요.
힘내세요.
슬퍼보여요.
말도 못 걸겠네.
정도 였는데, 다른 달보다 유독 촉박했던 마감이 있었고 유독 글이 안 나왔고 유독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유독 피로감이 많았다는걸 빼면 꽤 그럭저럭 별탈없이 잘 굴러가는 쳇바퀴였거늘. 마감으로 인해 심하게 짓눌린 피로감이 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겨우겨우 마감은 지나갔지만 아프고 지치고 창백하고 슬프고 뾰족한 이 마음은 오갈곳 없이 내 안에 고여있나보다. 어디서부터 시작된거지? 이 마음들이? 문득 집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아까 그 고자영상을 보며 웃겨서 꽝꽝 치던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다. 책상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리라. 아마 '아 정말로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어.' 라며 혀를 차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꾹 찔러줘야 겨우 슬픈걸 알아차리는걸까.
(*) 아프지말고 건강하게, 씩씩하게 잘 지내고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