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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실자국

 

 

 

 

건조하게 말하자면 스타트업. 적당한 규모의 회사에 입사한 유월. 입사하자마자 그 날 바로 누군가의 면접관으로 참여했었다. 겨를없는 하루였지. 포트폴리오를 넘기며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고, 다시 또 질문을 하고. 나는 그이에게 작품마다 격차가 크다는 말을 했었고, 편집 디자인에서 특히 약해보인다는 지적을 했더랬다.

 

 

그 날 저녁, 그 분과 함께 전철을 타고 어느 역까지 가게 되었다. 그 분이 문득 '결혼은 꼭 해야합니다' 라고 말했던가. 다른 말들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 좋아서 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했고 그래서 너무 좋아요.' 라고 말했던 건 기억이 난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니 되도록 늦게 하라며 나를 뜯어말리는 주변 언니들, 결혼하면 사랑이 아니고 의리로 사는거라며 '남편이 밖으로 돈다 싶으면 헬스장 가라' 고 팁을 던지는 유부남들. '너도 결혼해봐, 진절머리 치게 될꺼다' 겁주는 결혼의 실패자들. "여보~ 나 사랑하나~" 잠결에 아빠의 입에서 나온 '사랑'이란 단어에 깜짝 놀란 어떤 날의 밤.  그래. 두 사람도 뜨겁게 사랑하였겠지. 

 

 

아무튼 그 모든 결혼에 대한 어쩌고 저쩌고를 뒤로하고, 그 분(디자인팀 대리님이다)은 예쁘게 잘 살고 있다. 회사에서 말수도 없고 늘 약간의 미소만 보이는 건조한 어떤 선線 뒤를 우리가 알아냈다. (블로그를 발견했다! 워후! 그렇지만 회사에 내 블로그는 비밀이지.) 블로그에는 온통 아내에 대한 애정과 감사, 삶의 사소한 조각에 대한 따스한 연민들이 가득해서 우리는-특히 여자들은-부러움 섞인 탄식을 내뱉고 말았지뭔가. 아 도대체 어디서 이런 남자를 구한다.

 

 

요즘은 좋은 여자친구, 이런 것보단 좋은 아내, 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 결혼할 사람을 찾고 결혼을 하고 결혼을 씹어대기보다는, 그대와 함께 있으면 좋고 그래서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이란걸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좋은 글 몇 가지

 

홍합 http://rahoo81.blog.me/80203345291

사랑 http://rahoo81.blog.me/80208874829

버스 http://rahoo81.blog.me/220081568203 

임신 http://rahoo81.blog.me/80167013279

 

 

 

* 글을 다 쓰고 나서 문득 뜬금포 질문. 그리고 역시 라대리님은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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