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品/것

이 안에 누가 있구나

 

 

△ 아기옷을 처음 사보았다.

 

 

 

 

* 고즈넉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아침.

 

 

* 친한 언니가 이제 곧 아이를 낳는다. 예정일은 열흘 뒤. 내복이 많이 있으면 좋다는 말을 하기에 아기 내복을 사러갔다. '와 저 아기 옷은 처음 사봐요.' 연신 매장 안을 두리번거리면서 그 쪼꼬만 양말이며 옷 따위를 들여다보았다. 뭐가 이렇게 작아. 이거 발에 작은거 아니예요? 썩 맘에 드는 디자인이 없어서 (언니야 미안해!) 그 중 그래도 예쁜 것으로 골랐다. 올 봄 결혼식때보고 못봤으니 반년 즈음만에 본 것인데 배가 동그랗게 부풀어있어서 깜짝 놀랐다. 정말 애를 밴다는건 이런거구나.

 

 

손과 발이 다 퉁퉁부었다며, 배꼽도 볼록 솟아서 징그럽고 가슴도 색깔이 변한다며 변한 몸이 너무 싫다고 했다. 자기가 이렇게 이기적인 줄 몰랐단다. 아가씨 때가 너무 그립고 지나가는 아가씨들이 너무 예뻐서 계속 보게 된다고. 언니 배가 신기해서 연신 만져보았다.

 

 

'그러니까 이 안에 애기가 있다고?'

'애기가 팔다리도 다 있고 콩팥도 다 있고 내 목소리도 들어. 낯가림도 하고. 이 안에 누가 있구나 싶어.'

'애기야~' 하며 언니배를 살며시 쓸어보니 애기가 꼬물락거리면서 반응을 한다. 안녕?

'너한테는 낯가림 안하네. 원래 낯선 사람이 만지면 꼼짝 안하거든.'

배를 살며시 더 쓸면서 가만히 '애기야 사랑해~' 라고 에너지를 보내줬다. 열흘 뒤에 세상에 나올 너는 어떤 모습이려나.

 

 

언니가 뭘 그렇게 살뜰히 열심히 먹는 모습도 못봤는데, 밥먹고 아이스크림까지 다 챙겨먹고 또 과자를 부시럭거리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언니와 부부의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지는 밤. 언니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너도 빨리 결혼하고 애 낳고 해서 공감대 형성하자고 하고 싶지만, 충분히 지금 니 젊음이 예쁘고 부러워서 뛰어들란 말을 못하겠음!'

 

 

엄마들은 엄마 특유의 예쁨이 있어. 엄마만이 가질 수 있는 미소같은 거. 정말 예쁜 미소.

 

 

* 해마처럼 남편이 대신 낳아줘라. 남자들이 힘도 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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