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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떤 낱말들의 모임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 우리 엄마는 언제 갈꼬 ~

 

 

 

"엄마, 나 내일 제주도 가."

"제주도에 차도 없이 니 혼자 우예 다닐라고!"

 

"엄마, 나 이번주에 태국 가."

"뭐? 태국? 태국은 또 왜."

 

혼자 요래 조래 다니니, 결국 쓸데없이 여행지에서만 발동되는 '효녀지심'. 우리 엄마랑은 언제 한 번 이런데 와보나~ 언제 모시고 오나~ 엄마가 나 어릴 적부터 노래 불렀던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언제 한 번 태워드리나. 찰나의 순간에도 엄마와 나의 왕복 항공비가 재빨리 계산된다. 얼마나 벌어야 하나~

 

괜히 못난 자식같아 주눅 든 마음에 눈에 띤 책 한 권.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오메. 부제가 내 심장을 후벼 판다. '30세 아들과 60세 엄마'. 딱 내 이야기 아닌가. 흥. 남의 잘난 아들이 쓰면 얼마나 쓰나 싶어 '그저 아이템이 신선한거겠지! 흔한 여행기겠지!' 라고 깎아내릴 준비를 하며 - 죄송해요. 너무 부러워서 그만. 큽 - 읽어내리는데, 여행지의 핵심 정보도 적절하게 잘 버무렸고 글쓴이 글빨도 심상찮다. 좋은 책이다. 잡자마자 절반을 읽어내렸다. 그리고 글쓴이의 블로그를 찾아보니 지금은 어머니와 남미를 여행중이라는. 빙하를 산책하는 사진도 심상찮게 올라오고 있더라. 아아. 글쓴이여. 멋지고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