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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삶이라는 건 말야

 

 

 

 

 

3주 뒤면 결혼할 친구녀석과 엊저녁 문득 통화를 하다가, (요지 : 정말 부케 받을꺼니?) 그러고보니 그 '성의없는 청첩장 대란'의 주인공이 결혼한지가 벌써 작년인거야. 어머나 세상에. 벌써 1년이 깜짝 흘렀구나. 1년동안 난 뭘 한거지? 1년이란 시간이 또 어떻게 금새 훌쩍 지나간거지? 작년 결혼식때 입었던 옷이며 신었던 구두까지 또렷이 기억나는데, 그리고 친구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도 말야. 어떻게 그 추운 겨울을 견디고 다시 봄을 맞았는지, 또 언제부터 슬며시 긴팔을 벗어두고 반팔을 입기 시작했는지가 잘 기억이 안나. 순간 순간. 의미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그런 풍경들은 마음 속에 또렷이 남아있는데 말야.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삶이라는건 말야, 저마다의 가슴 속에 몇 장의 풍경을 안고 가는 것일수도 있겠다고. 사람의 수명이 백년이라고 하지만 그 백년을 어찌어찌 살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거라고. 그저 가슴 속에 감씨 박히듯 콕콕 풍경 몇 장 끌어안고 '아 내가 이 삶을 어떻게 살았지?' 라고 삶이 끝날즈음에 긁적이게 되는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