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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8일 : 마음을 걷는 법

 

 

 

 

 

주말에 집에 다녀오면서 짐을 제법 가져온데다, 3년을 짱 박아둔 카메라도 가져왔다. 다시 사진 찍어보겠노라고. 회사에 쌓아놓은 내 개인책들도 좀 치우고 싶어서 일단 집으로 다 가져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보통 사람들, 특히 여인네들은 나눠서 집에 가져가는 합리적인 전략을 세우겠지만 난 그냥 치우면 한 번에 다 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서 일단 등에 가방을 하나 메고, 카메라는 옆으로 메고, 어떻게 걸든 무게 균형이 안 맞는 종이가방을 되는대로 다 걸고 (진짜 무거움) 퇴근을 해보겠노라며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자전거 인도 운전은 불안하지, 자전거는 무게 균형이 안 맞아서 자꾸 한쪽으로 비틀거리지, 옆으로 멘 카메라 가방은 자꾸만 다리 쪽으로 딸려오지, 종이가방 무게가 무거우니 핸들에 건 손잡이가 자꾸 벗겨져서 그걸 운전하면서 막아보겠노라고 낑낑거리다가 손가락은 다 쓸렸지, 할머니 칠 뻔했지... 운전(?)내내 <플란다스의 개>가 생각나면서, 내가 흡사 <마포구의 개>가 된 기분이었다. 자전거는 짐 운반의 효율을 도와주기 보다는 그냥 또 하나의 짐짝일 뿐이었음을 왜 인지하지 못했던가. 나란 영혼. 가엾은 영혼.

 

걸어서 30분 걸리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끌고 30분이 걸렸다. 하! 이게 엊저녁 일인데, 아무튼 짐을 한번에 다 옮겼다는 자그마한 희열과 손목의 통증을 뒤로하고

 

오늘 아침에는 자전거에 딸린 애 새끼들도 없겠다, 자전거 끌고 신나게 눈누난나 출근하다가 회사 근처 다 와서 개 끄는 남자를 피하다 아스팔트 위에 나동그라졌다. 악! 바지와 무릎이 함께 찢어졌다. 어제는 자전거 끄는 개였다면 오늘은 자전거 끌고 개 피하다 출근길에 개 된 신세로세. 아스팔트 위에 나동그라진 와중에 누워서 산지 얼마 안된 노란 스웨터의 안부를 체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노란 스웨터 위에 한 겹 더 겹쳐입은 회색 코트가 내 감정의 출혈을 막았다. (회색 코트는 엄마 꺼니까.)

 

아무튼 절뚝거리며 회사에 출근해 무릎을 살펴보니, 한참 걸음마 배울때나 자전거 배울때 생긴 상처처럼 빨갛게 까졌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생기기가 참 오랜만이다. 세상을 걷느라고 그렇게 열심히 다쳤는데, 세상 위를 겨우 잘 걷게 됐나 싶더니 이제는 사람의 마음을 걷는 법을 배워야 하는구나. 사람들 마음에 걸려 자꾸만 툭툭 넘어진다. 무릎이 참 쓰리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