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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들/우리동네 : 낙원이 되는 서교동교연남연희

연남동 연남살롱 시즌 2

 

 

 

 

 

 

 

요즘 '토스트'에 꽂혀 있거든요. 지금은 전국 곳곳에 이삭 토스트가 유명하지만, 이삭 토스트의 시초는 제가 다니던 학교 맞은편의 자그마한 토스트 가게였어요. 너무 맛있으니까 점심을 토스트로 해결하는 사람도 많았고, 돌아서면 배고픈 젊은이들이다보니 점심먹고 다들 토스트를 후식으로 입에 물고 학교로 돌아오곤 했었던. (그때가 벌써 10년전이네요. 오 세월이여- )

 

제대로 된 토스트의 광풍이 학우들의 싸대기를 때리던 그때에도 저는 토스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점심메뉴로 토스트를 제안하면, 이맛살이 은근히 찌푸려지곤 했으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학교를 4년 넘게 다니면서 토스트를 먹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가끔 이상하게 평소에 안 좋아하던 음식이 당길때가 있잖아요, 토스트가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 음식입니다.

 

(참고로 대구에 '바뷔치'라고 매운 김밥과 샌드위치로 유명한 가게 역시, 처음에는 학교 앞에서 학우들의 등교시간에 맞춰 아저씨가 직접 샌드위치랑 김밥을 말아 오토바이 뒤의 통에 넣고 팔던 형태였거든요. 역시 십년전이네요. 등교 때마다 추운데서 고생하는 아저씨를 짠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있는데, 나중에 아저씨는 잘되고 나는 졸업하고 백수로 남아 빌빌거려서 괜히 아저씨와 나를 비교하며 이상한 핀트에서 열폭하던 ... )

 

아무튼 토스트를 하는 곳은 많아요. 동네에도 별점 1개에 욕이 수두룩한 이삭 토스트가 있고, 연대 쪽에도 홍대 쪽에도 이삭 토스트가 있지만 뭔가 딱 맞는 토스트를 찾을 수가 없어서 인터넷을 계속 돌린 결과! 동네에서 매우 가까운 연남살롱의 토스트가 그렇게 끝내준다는 정보를 획득. 아 - 게다가 김진환 제과점의 식빵을 쓰고 있다하니 신뢰는 두 배, 기대는 열 배.  

 

예전에 한 선배와 연남살롱 앞을 함께 지난적이 있는데 "이 집 괜찮다"라고 추천을 받았거든요. 그때는 어둑어둑한 밤이었고 연남살롱 안의 조명도 은근히 붉은 것이 얄딱구리(?)한 주점인줄 알았는데, 아주 괜찮은 마실거리와 먹거리를 내놓는 집이었다니! 정보를 획득한 그날 저녁, 회사 선배를 끌고 연남살롱으로 향했지만 한 곳을 뱅뱅뱅 삼십여분을 돌아도 연남살롱은 끝내 보이지 않아서 연남살롱이 연남메롱으로 슬그머니 탈바꿈하던 저녁이었습니다. 인터넷을 다시 뒤져보니, 그 전주까지만 운영을 하고 가게를 이전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췌길! 

 

토스트는 한달 내내 먹고 싶고, 연남살롱 아니면 안되겠고, 그래서 계속 연남살롱 블로그를 들락날락하며 언제 문을 여나... 오매불망 기다리던 날들. 참 웃긴게, 출근하면서 늘 지나오는 골목에 새로 지은 작업실이 있었는데 그저께였나... '연남살롱'이라는 간판이 떡 붙어있는겁니다. 통유리를 들여다보면서 '책꽂이 참 근사하네'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거기가 연남살롱이었다니. 완전 나의 생활영역 안으로 쏙 들어와버린 연남살롱 시즌 2. 곧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