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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들/우리동네 : 낙원이 되는 서교동교연남연희

대구 칠성시장 비빔밥

 

 

 

 

 

 

 

엄마가 몇 년전부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칠성시장 비빔밥. 과연 아침에만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봉성체 봉사- 몸이 불편한 병자들을 위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성체를 모셔 가 영할 수 있도록 돕는 일- 를 15년 이상 해오고 있는 어머니가 늘 봉성체가 끝나면 아침에 시장에서 드시는 밥이다. (봉성체,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급식, 그리고 2개의 봉사활동을 더 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 '마더 데레사' 까지는 아니더라도 '마더 김여사' 정도는 충분히 자격이 있는 것 같다. 나의 모친.)

 

한동안 고향집에 전혀 내려갈 생각이 없었는데, 왠일인지 자꾸만 주말에 집에 와서 시간을 보내라는 어머니의 간곡한(?) 청에 따라 주말 약속 3개를 취소하고 금요일 밤기차를 타고 대구로 향했다. 유난히 피곤하고 지리하게 느껴지는 고향가는 길. 아마 마음이 없다는 뜻이겠지. 언젠가부터 '부모님 뜻을 거스르지 말자'는 다짐을 마음 속으로 했기 때문에 군말없이 내려가긴 한다. 어머니는 딸이 온다고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와 이것저것 맛있는 것을 잔뜩 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금요일 밤에 도착해서 신나게 먹어치우다가 갑자기 칠성시장 비빔밥이 떠올랐다. 원래 진짜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눈앞의 것을 먹으면서 그 뒤에 무엇을 먹을지 염려하고 고민한다.  

 

떡볶이랑 만두를 입안에 우겨넣으면서 칠성시장 비빔밥이 먹고 싶다는 나의 말에, 어머니가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무렵까지 먹고 마시다가 배가 불러 새벽 두시께나 겨우 잠들었는데, 새벽 6시 반이었나 나를 깨우는 소리에 놀라 번쩍 일어났더니 칠성시장 가야한다는 어머니의 모닝콜이다. (조금 우습기도 한 것이, 서울에서는 대구집 꿈을 전혀 안꾸다가 집에 내려가면 오랜만에 보는 식구들 얼굴이 각인되어서 그러는건지 식구들 꿈을 자주꾼다. 집에 누워서 떡볶이 만드는 엄마 꿈을 꾸다가 깨보면 엄마가 떡볶이를 만들고 있다.) 아무튼 꿈에서 떡볶이를 너무 많이 만드는 어머니를 만류하며, 평소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먹이를 주다가 화들짝 일어나니 황망하다. 정말로 세수도 못하고 그냥 되는대로 주워입고 택시를 타고 어머니와 칠성시장으로 가서 비빔밥을 마주하고 앉았다. 원래 아침을 잘 안먹는데다가, 어제 자정을 넘겨서까지 먹어서 배가 부른데다가, 이렇게 큰 양푼을 마주하고 앉으니 먹기도 전에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