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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들/우리동네 : 낙원이 되는 서교동교연남연희

연남동 서대문 양꼬치 (씨따먼 양로우추알)

 

 

 

 

 

동네에 워낙 맛집이 많은건 나의 자랑. 허구헌날 지나다니면서 맛집인 줄 모르는건 안 자랑~ (자작랩)

 

 

양꼬치 먹으러 가자는 일행들의 말에 우리동네까지 왔는데 '서대문 양꼬치'를 찾는단다. 그런 양꼬치 집은 본 적도 없어, 아하~ 스티브 잡술이 여기 있었구나! 일주일에 5일을 이 길로 걸어서 출퇴근하니까 일주일에 열 번을 왔다갔다 하는 셈인데, 주변 풍경에는 도통 관심이 없으니 "양꼬치 집은 본 적이 없는데."로 쐐기를 박았다. 두리번거리는 일행들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으려니 그네들 위로 '씨따먼 양로우추알' 이라는 붉은 간판이 들어온다. 나름 중국어 전공자니까 지나다니면서 종종 '씨따먼 ~ 똥따먼~' 장난스럽게 읽으면서 지나가던 간판인데, 너희 그거 찾는거니?

 

전에 여기를 한번 왔던 일행의 말에 의하면 여기가 이 동네 토박이 양꼬치 집이란다. 그래? 짜샤이며, 소금에 굴린 땅콩이며, 여러가지 밑반찬들 나오는 폼새가 본 요리를 기대하게 만드는고만. 먹으면 혀가 마비되는 것 같은 특유의 얼얼한 중국 향신료를 젓가락으로 찍어먹다가 당연히 고수(샹차이) 얘기가 나온다.

 

일행 1 : 나 이건 먹는데 고수풀은 정말 못먹겠어.

일행 2 : 난 고수가 뭔데?

나 : 중국 야채중에 특유의 톡 쏘는 향 나는 야채 있잖아. 나 그게 되게 좋아하는데.

일행 2 : 나도 되게 좋아해.

나 : 오, 그래?

 

종업원에게 샹차이를 좀 부탁하니 내어준다. 자신있게 좋아한다고 했던 이에게 접시를 들이미니 "나 고수풀 못 먹는것 같아." 라고 인상을 찌푸려버림. 푸하하. 결국 고수풀은 내가 다 먹었다. 샐러리, 깻잎, 쑥처럼 향나는 야채를 되게 좋아하는데 특히 그 중에서 고수를 제일 좋아한다. 오죽하면 중국가서 한국인들은 요리마다 다 빼는 고수풀을 더 많이 많이 많이 달라고 해서 중국인이라는 오해도 종종 샀지. 나 고수풀 잘먹는다는 자랑이 길었다.

 

양꼬치는 무난한 편이고, 가지볶음과 옥수수면, 숙주볶음을 시켰는데 옥수수면과 숙주볶음이 괜찮았던 것 같다. 가지볶음은 15,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하면 가지가 너무 흐물흐물하고 기름도 많아서 중국에서 먹던 짭쪼롬한 느낌을 못 살린것 같아서 저는 캐스팅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하얼빈 1년 있어서 하삐(하얼빈 피지우)가 익숙한데 한국인들은 칭따오에 목숨을 걸므로, 우리는 역시 칭따오를 시켜서 댓병 마시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