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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앙갚음(?) 이틀전인가. 마당에서 버너를 켜놓고 파프리카를 굽고 있는데 노릇한 냄새가 진동을 했던지 고양이 한놈이 내 곁으로 스스르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우리동네 고양이들은 겁도 없어서, 신발장을 열면 그안에 들어앉아있거나 음식물쓰레기통을 함부로 열어서 뭘 파먹거나. 여튼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황금색 눈동자로 날 빤-히 쳐다보길래 기분나빠하면서 '야!'하고 소리를 빽 질렀더니 날 한참 지그시 쳐다보더니 슬금 꽁무니를 내뺐다. 난 고양이를 몹시 몹시 몹시 싫어하는고로 약간 몸서리를 치면서 파프리카를 정리해서 집으로 들어와버렸다. 근데 고양이가 고양이로태어나고 싶어서 그런것도 아니고, 저도 배고파서 왔을껀데 내가 대뜸 빽하고 소리를 질렀으니 제딴에는 얼마나 맘이 상했을까.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날밤에.. 더보기
頭當五外語 - 한사람당 외국어를 다섯개씩 배우자! 아. 언어로 지어진 것은 언어를 파괴하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이 문득든다. 그러니까 한국어로 말하고 씌여진 것은 한국어로 알아듣고, 영어로 지어진 것은 또 영어로 듣고 읽고, 중국어는 또 중국어대로. 화란어는 또 화란어대로! 소위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이야기해내는 통역이나 번역에 수반되는 행위는 파괴인데, 그 파괴한 더미속에서 다시 그것들을 새롭게 지어내는 일을 통역가나 번역가가 해내고 있다. 즉, 사상의 파괴와 재창조를 이들의 손에 맡겨두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의 책임의식이 과연 어느정도인가 하는것이다. (일반적으로 광범위하게 접하게되는 이는 번역가이기때문에 번역가만 논하기로 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번역가분들도 여럿있다.) 일반대중이 책임의식을 운운하기에 앞서, 이들이 이렇게밖에 해낼수없는 여타.. 더보기
送 9 0 新 2009년을 보내고 2010을 맞는다-'送 9 0 新' 이라고 끼워맞추기를 해봅니다. 제야의 종소리는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데 이번엔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에 치일 걱정을 하면서도 가슴이 두근두근. 아아. 이렇게 또 한해가 가고 한해가 오고 꽃이 피고 또 지고 바람이 불었다 사라지고. 문득, 의 첫 페이지가 떠오르네요. 다들 2009년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또 새로운 한해 열심히 살아갈 다짐들을 해보십시다요! 더보기
어쩌면 이리도 돼먹지 못했는가! 아침에 집을 나서기전 엄마는 으레 나에게 빨래널것을 부탁하셨다. 늘상 하던일이었지만 손끝이 얼어터질듯한 차가움에 늘 불만을 느끼고 있었던 나는(그래요 난 막돼먹었어요) 오늘따라 사소한 그 일이 너무나 너무나 귀찮게 느껴져서 볼멘소리로 '싫다'라고 답했다. 엄마는 팁이라며 600원을 쥐어주었는데 오늘따라 엄마의 개구진 장난도 마음에 들지않아 좀 더 소리를 높여 '싫다니까!' 라고 답했다. '내가 너에게 팁까지 주었잖냐' 라는 엄마에게 '600원 필요없으니까 도로 가져가라' 했다. 어차피 추워서 옥상에 널어도 빨래가 언다(요 며칠간은 정말로 추워서 널어놓은 빨래가 꽁꽁 얼어버리는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냥 방바닥에 널어놓자고 엄마를 꾀어도 요지부동. 이제는 날이 풀렸으니 빨래가 얼지 않는다, 빨래는 햇볕.. 더보기
나와 당신의 2009년  자신있는 느낌표보단 물음표가, 어쩌면 의미심장 말줄임표가 문장의 말미에 더 잘 어울릴듯 합니다. 해마다 빤히 속는 걸 알지만, 달콤한 거짓말로 '내년만큼은!'하고 굳게 다짐해보는 2009년 12월입니다. 당신의 올해는 어떠했나요? 더보기
질투는 나의 힘 질투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봅니다. ㅁ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 따위를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려 함. 이 질투라는 것, 글쎄요. 혼자 가만히 가지고있으면 공연히 가슴에 답답증만 생기지만 이 녀석을 밝은 곳에서 끄집어 내놓으면 이것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부터, 아니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네요. 몇 해전, 어느 유명 디자이너의 전시회 영상을 본적이 있습니다. 여러명의 인터뷰어 중 그 디자이너의 가장 친한 친구인 디자이너도 끼어 있었어요. 그는 이런말을 했습니다. '오, 정말 그를 죽여버리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예요.' 제가 여태 보아온 것들중 가장 멋진 인터뷰였습니다. 누군가에게 '질투 나?' 라고 물었을 때 '응! 정말로 많이!'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