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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의 무게 매우 가볍다 가볍다 무겁다 몹시 무겁다 그저 그렇다 더보기
침묵의 색깔 검정 바지를 한참 찾다가 새벽 한 시를 넘겼다. 도통 검정이 없구나, 나란 사람은. 대학 졸업 전까지는 검은 색을 걸칠 일도, 원할 일도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어른으로 향하는 길에 옷장 안에 야금야금 검정을 들이게 되었다. 지난 1월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겨를이 없었다기보다는 마음이 없어서 아무 생각도 없이 화사한 민트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도착해서 보니 다들 검정색을 걸치고 있었다. 이번엔 그러지 않으리라. 몇 해 전, 친구가 면접 때 입으라고 빌려준 검정색 자켓과 겨우 찾아낸 검은색 바지, 어제 입었던 흰색 셔츠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밤이 깊도록 열심히 옷장 속에서 검은 색을 골라내며 처음엔 '검은색은 슬픔의 빛깔'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곧 '검은색은 침묵의 빛깔'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 더보기
웃을까 책 한권과 함께 공항가는 전철 안이다. 책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흘끗 돌아보니 살이 통통 올라 볼이 빨갛게 터질듯한 - 그러니까 볼빨간 사춘기 - 사내아이 세명이 한손엔 자전거를 잡고서 웃고있다. 물 속에서 숨을 참다 참다 마침내 숨을 푸하! 하고 터트리는 것처럼. 어렸을 때, 아빠는 객지 생활로 자주 집을 비웠고 대부분의 저녁은 엄마, 나, 동생과 함께였다. 어느날 밤이었나. 밥상과 동생을 마주하고 앉았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동생도 뭐가 그렇게 웃긴지 까르르 웃었다. 엄마가 엄한 얼굴로 '웃지마라!'하고 몇 차례 으름장을 놓았지만, 다들 알다시피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게 되는 법. 하지 않으려해도 어쩔 수 없다. 밥과 함께 웃음을 꾹.. 더보기
달리기 도시의 사람들은 정말 잘 뛰며, 특히 지하철에서 빛을 발한다. 더보기
dddd 흩날리는 눈송이들 때문에 아침부터 하늘이 붐비는 날이다. 오늘이 춘분이랬는데 봄 춘春이 꽤나 무색하리만큼 겨울에 어울리는 날씨. 어지러이 흩날리는 눈송이만큼이나 땅은 출근하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아침마다 밀고 밀리고, 넘어지고 휘청거리고를 반복한다. 지하철에서 우- 하고 쏟아져나와 맹렬한 기세로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노라면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 라는 의문에 이어 묘한 안도감이 든달까. '분명히 이렇게 살려던 건 아니었는데 다들 이렇게 사니까 나도 뭐 남들만큼은.' 이라는 생각. 오늘 아침도 출구로 향하는 계단을 꾸역꾸역 오르는데, 할머니가 계단 한가운데서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계셨다. 당신 생각으로는 입구에게 나눠주면 사람들이 잘 받지않으니, 아예 피할 곳 없는 빽빽한 계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