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동, 연남동, 연희동.
끼리끼리 붙어있는 동네라 어쩌다보니 성산동에서 근무를 하고 연남동에서 출퇴근을 하며 연희동에서 주거한다. 집으로 가는 연남동 골목길에 맛있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퇴근시각이라 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특히 이렇게 추운 겨울이면 차가운 공기를 후벼파는 맛있고 뜨끈한 냄새들이 내 위장을 괴롭힌달까.
대부분이 여러명이서 걸게 먹을 수 있는 지글지글, 보글보글한 음식들이기 때문에 단촐한 자취생은 발을 디밀 엄두가 안나는 것이 사실. 여자 혼자 새초롬하게 앉아 고기 척척 구워먹을 뻔치도 없고, 생판 얼굴도 모르는 남의 테이블에 엉덩이 비집고 앉아 한 잔 걸칠 안면의 여유는 더더욱 없기 때문에, 이 골목에서 단 한군데도 가본 적이 없다.
1년 반만에 처음 가본다네
엊저녁, 연남동 쪽에 저녁먹을 일이 있어 갔더니 삼겹살로 메뉴가 정해졌고 드디어 연남동 지글지글, 보글보글한 식당에 발을 디밀어본다. 얼마나 숱하게 지나다녔던 가게 앞인가. 豚이 좋은 세상. 어제 영수증을 받고 술기운에도 한참을 웃었는데, 오늘 아침에도 생각나는걸 보니 인상적이긴 한가보다.
돈이 좋은 세상. 줄여서 돈세상. 피식.
쏘주를 맥주 글라스에 따라주시면 감사합니다
술을 못해 맥주 한잔을 개미가 진딧물 궁뎅이 빨아먹듯이 쪽쪽 거리고 있었더니, 기어코 결렸다. 초면에 소주를 맥주잔에 콸콸 따라주신다. 어른이 따라주고 지켜보기까지 하는 술잔이라 안마실수도 없고, 그걸 또 원샷을 했네. 아놔. 내 흑기사는 어디에 있는건가요. 흑흑. (이놈새끼 나중에 내 인생에 등장하면 그냥 줘패버려야지.)
아무튼 고기도 맛있고, 같이 구워먹으라고 내주는 김치도 별미고 겉절이도 산뜻하고 소주는 겁나 쓰다. 고기를 다 먹고 나서 볶음밥을 주문하면 석쇠에 올려주는데, 고기 기름에 밥을 볶는건가 라는 의문이 있었으나 이미 다 볶아진 밥을 그냥 비주얼상 석쇠에 올려준다.
△ 선배, 이 안경 몹시 잘 어울려서 거부감까지 드네요. 이 안경을 위해 태어난 얼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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