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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예쁘게 웃기

당신 옆에서 나는 제일 예쁘게 웃는다. 그러면 당신은 나를 제일 예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구나.


나는 우리의 처음을 자주 떠올린다. 당신이 꼭 포개진 우리 손을 자주 들여다보는 것처럼,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볼 때면 어둠 속에서 꼬물꼬물 손을 움직여 내 곁에 당신이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나에게는 당신의 눈을 바라보면서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우리의 처음을 자주 더듬거리는 작은 습관이 있다.


처음에 내가 당신을 만났을 때, 당신은 얇고 바스락거리는 종이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표정. 그래서 내 곁에서 활짝, 예쁘게 웃는 당신 얼굴을 보면 뭐랄까, 마른 화분에 물을 준 것마냥 당신에게도 누군가 물을 흠뻑 준 것 같아서, 그 누군가가 나라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웃음이 맑게 고인 그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사진 속에서 점점 예뻐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두 사람이 점점 더 서로에게 잘 어울리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벅차고 감사해.
저녁이 선선한 가을이 오고 있어. 봄의 끝 무렵에 설핏 손을 잡은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다가올 가을을 기다릴거야. 가을을 기다리고 가을을 걷고 호흡하고, 그러다 다시 한바퀴 돌아 우리의 한 계절을 기쁘게 맞이했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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