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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예측과 해피아워


어제는 스타벅스에서 해피아워 세일을 했었어요. 사흘간 늦은 3시부터 5시까지 음료를 반값 진행하는 행사인데, 평일에 회사에 매여있는 나는 토요일을 노릴 수 밖에 없지요.

나를 만나러 - 정확히는 술자리에 안가겠다는 나를 잡으러 - 온 친구와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먼저 도착한 친구의 전화.

/ 야, 여기 사람 왜 이렇게 많어?
/ 오늘 세일이라 그래.
/ 다른 카페는 없어?
/ 있는데 망고 바나나는 다른 카페에 없잖오.
/ 줄 서?
/ 응!

얼마나 세일을 하기에 기어코 이 줄을 서서 먹어야하며, 자리도 없는데 이 음료수를 들고 어디로 갈꺼냐는 불만이 담긴 무뚝뚝한 친구의 얼굴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매의 눈으로 매장을 휘 둘러봤어요. 입구쪽 테이블에서 마침 일어나는 움직임!

줄 선 친구를 향해 요기요기 자리가 있다며 재빨리 싸인을 보내자, 음료를 주문하고 온 친구가 참 대단하십니다라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봅니다.

/ 거 봐, 자리 있잖아.
/ 참 이걸 또 어떻게 잡았냐.
/ 바라는 자에게 있다니까.

그러고보니 어른이 되면 예측하게 되는 일이 많아요. 으레 이럴 것이다, 하고 못박아버리니까 기대할 것도 설렐 것도 없어지지요. 예측하게 되면 해피아워를 누릴 수 없고요.

스타벅스에서 친구가 사주는 망고바나나와 바나나 초콜릿 무스를 연거푸 들이킨 나는 좀 행복했습니다. 이 애와 이렇게 친해질 줄 나도 전혀 예측을 못했거든요. 역시 예측하지 않는 자에게 해피아워가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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