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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

오늘 만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이 나왔다.

/ 나이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애.
/ 그치.
/ 난 그 이유를 알 것 같은데.
/ 왜?
/ 기대되는게 없으니까. 매일 똑같고.
/ 매일을 기대하면서 살면되잖아.
/ 넌 그렇게 살고 있어?
/ . . .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삶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 두려움 때문일테다. 양치기 소년의 거듭된 거짓말이 약효를 다 하는 것처럼, 어른이 된 우리들은 어느새 반짝이는 내일에 대한 기대를 차곡차곡 접어 저멀리 구석으로 밀어 놓았다.

살아오면서 우리는 숱하게 간절하였고, 숱하게 아픔을 맛보았으며, 상처를 입었다. 간절한만큼 상처는 더 깊고 쓰라린 법. 아프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간절하지 않는 법을,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내일에 대한 기대가 없는 어른은 반짝이진 않지만, 아프지 않을 순 있다.

나는 삶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간절하게 갖고 싶던 카메라도, 가고 싶던 도시도 시들하다. 갖고 나면 금세 질릴 것이고, 가고 싶은 곳들도 여느 도시처럼 비슷할테니까. 이렇게 지레 넘겨 짚고, 미래를 미리 거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현재.

그대여, 어린아이가 되어라.

마음 바쁜 중에 잠깐 들춘 책이 내게 말하였다. 나는 모든 노력으로 매일의 아이가 되도록 하여야지. 세상 모든 것이 경이로 반짝이는 아이의 눈으로 삶을 바라보아야지. 삶을 신뢰하는 법을 배워야지. 오직 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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