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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가려운 마음


여차여차저차저차 했다. 세상 머저리같다는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으로 잠을 잤더니 당연히 악몽을 꾸고 아침에도 침울했다. 예쁜 친구가 전화가 왔다.
'이건 마치 남자친구랑 헤어졌는데, 그제서야 걔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깨닫게 되는 기분' 이라고 했더니 친구는 그런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했다.

갑자기 지난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 남자가 오래 좋아하던 여자에게 마음을 표현하기로 결심하고는 그녀에게 대뜸 '언어는 사상의 무덤이다' 라는, 그녀가 알아듣지 못할 말을 전했다. '그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토록 깊으나 말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그 남자만의 화법이라 이해해본다.

어떻게든 내 기분을 타자에게 이해시키려는 내 모습을 보며, 또 어떻게든 그들의 방식으로 나를 위로하는 타자를 바라보며 인간은 결국 섬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된다. 나의 가려운 등을 내밀 때, 단박에 가려운 곳을 알아채는 이가 없지 않던가. 물음과 답변이 재차 오가야 그 언저리에 겨우 닿는다. 구글맵처럼 그 포인트를 콕 찍어서 설명할 수도, 가닿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 각자는 꽤 외롭고, 외로워서 고단한 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닿으려는 노력이 있다. 정확하지 않더라도, 그 어느 부근에서 열심히 헤매일 뿐이라도 그 노력이 화선지에 떨어진 먹처럼 번져서 결국엔 '그 지점'에 닿게 된다.

'여기?' '아니 좀 더 아래' '여기?' '아니 살짝 위로'  '여기?' '쪼끔만 더 왼쪽'

가려운 마음을 내밀 수 있다는 이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성가심에도 불구하고 재차 가려운 마음을 긁어주려는 이들에게 감사한 아침이다. 나는 그저 좀 비비적거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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