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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운명이란 때론,

△ 어느 아가씨가 보내온 사진.

 

 

 

* 목련이 슬몃 지려하고 벚꽃이 환하게 피었다. 여느 해처럼 예쁜 4월. 혼자 우두커니 패딩을 입고 다닌다. 몸살감기가 3주째로 접어 들었다. 좀처럼 나아지질 않아 밤마다 기침을 하느라 잠에서 깨고 물을 마시고는 다시 덜덜떨며 이불에 몸을 파묻기를 3주째라는 말이다.

 

* 운명이란 어떤걸까. 머리가 아파 사무실 앞 계단에 걸터앉아 창문으로 곧게 들어오는 햇빛을 보고 있었다. '문으로 걸어나오는 사람이 내 운명의 상대!' 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문을 바라보고 있으니, 곧 또래의 남자가 걸어나온다. 계단에 물끄러미 앉아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흠칫 놀라며 어깨를 떤다.

/ 거기서 뭐해요?

저 사람이 내 운명의 남자일리가 없잖아. 도리도리.

 

 

* 환심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으레 그래왔으니, 남자들의 몸 어딘가에는 '여자들의 환심을 사는 법'에 대한 매뉴얼이 존재하고 있는걸까나. 서너번 만났던 남자애의 여러가지 말들을 생각한다.

/ 귀걸이가 예쁘네요.

/ (내 손을 은근히 만지작거리며) 손톱이 예쁘네요.

/ 정면으로 보면 예쁜데, 옆에서 보면 귀여운 얼굴이네요.

예쁘다는 말 밖에 없는데, 나는 왜 하나도 설레지가 않을까.

 

* 서울에서 이제 충분히 살아봤는데. 좋은 음악도 실컷 들어봤는데. 좋은 곳도 실컷 가봤는데. 나는 그러면 이제 한국을 떠나도 되지 않을까. 떠나면 또 지나치게 그리워지려나. 지나치게 그리워 할 작정으로 떠나고 싶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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