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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축제 : 사랑이 아니고서야

' 멀리 있는 것은 늘 그립다. 언젠가는 혼자 맞는 오늘의 아침을 그리워 할 것처럼.'

아침에 관해 쓴 짧은 글이 컨셉진Conceptzine에 실리게 됐다. '멀리 있는 것은 늘 그립다'는 나의 말처럼, 익숙한 것으로부터 몇 발자국 거리를 두면 그제야 선명해진다. 선명하게 그리워진다.

나는 삶에 있어 시간의 토막마다 '익숙한 혼돈'의 시간을 꼭 가지려하는 편이다. 멀리 떠나 내 머물던 자리를 돌아다보고, 그리워하고, 다시 기꺼이 돌아올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이번에 잠시 시간을 내어 베트남으로 떠나면서 나는 내 모든 익숙함을 차곡차곡 접어 두었다. (눈물로 삼키던) 매일의 출퇴근길, 토요일의 노래 수업, 내 손으로 지어먹는 밥, 규칙적인 몸의 시간. 출퇴근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익숙한 딱 고만큼 고단했으며, 토요일의 노래 수업도 슬슬 지겨워졌고, 내 손으로 지어먹는 밥은 너무나 귀찮고, 규칙적으로 몸을 쓰지 않으면 어찌될지 뻔히 알면서도 잠시 모든 것을 밀어두었다.

예상치 못한 나쁜 공기로 여는 아침. 출근 때마다 문을 열며 인상을 찌푸리던 공기는 1급 청정수로 여겨질만큼, 여행지에서 들이마시는 매일의 매연은 상상초월. 피부에 금세 발진이 생겼고, 음식이 입에 안 맞아 쉼없이 배앓이를 했으며, 짜고 기름지고 조미료를 아낌없이 퍽퍽쓰는 요리들 덕분에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옆구리가 두툼해졌고, 아침마다 오렌지보다 시큼한 허리를 부여잡고 침대 위에서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

다시 돌아와 익숙한 낯설음, 낯선 익숙함의 조각들을 끼워 맞춰 간다. 늘 인상쓰던 서울의 공기가 깨끗하다고 새삼 생각하며, 매일 만나는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는 아침을 떠올리고, 내 손으로 짓는 밥의 소중함과 내가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도 다시 안다.

가끔 달랏의 아침이 어른거린다. 치앙마이의 밤거리가 떠오르고, 방콕에서 마셨던 망고 주스가 간절하다. 그들은 내게 영원한 그리움이다. 영원히 그리움으로 남았으면 하는 그리움이다. 가까이 다가가 해소하고 싶지 않은, 먼 발치에서 오래도록 목말라할 그리움이다. 너무 아름다운 영화를 다시 보지 않는 그리움이다.

영원히 갈증하고 싶은 그리움. 영원한 그리움의 환상을 깨고, 그 속으로 다시 발 디딜 수 있다면 그건 아마 사랑일게다. 내가 삶을 사랑하여 결국 자꾸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익숙한 골목을 디디고, 늘 같은 버스를 타고, 늘 가던 빵집을 들리면서도 이 모든 풍경을 그리워 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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