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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배

오랜만에 학교에서

후식으로 나온 귤

아니 벌써

귤이 나오다니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좀 차졌다

생각은 했지만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 줄이야

지난겨울

코트주머니에 넣어두고

먹다가 손에

냄새배긴 귤

그 귤향기를 오랜만에

다시 맡았더니

작년 이맘때 생각이나네


귤, 재주소년



재주소년의 귤이 나온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재주소년은 그간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하며 소년을 벗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지만 겨울의 이맘때마다 듣는 이 노래는 여전히 상큼하고 풋풋하고 좋다. 나는 노래 귤을 여전히, 몹시도 좋아하지만 과일 귤을 (역시 여전히)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이맘때마다 제주에서 우리집으로 몇 박스씩 귤을 보내주는 귀한 분이 계시지만, 주황색을 정말로 좋아하지만 어쩐지 박스 안에 수북히 담겨 동글동글 빛나는 주황색들엔 손이 잘 가지가 않는다. 그러면서 자몽이랑 한라봉은 또 정말 좋아라하니, 나는 그냥 귤을 싫어하는가 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말을 할 수 있게 된 그때부터 꾸준히 '나는 규우우리 싫어요!' 라고 줄곧 어필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나에게 줄곧 귤을 건넨다. 서울에 와서 살게 된 뒤로는 아예 박스째 귤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늘 집에서 썩어 곰팡내를 피우기 일쑤. 올해도 예외없이 어머니는 나에게 귤을 한박스 보냈다. 그리고 며칠 지나도록 열어보지도 않았더니 또 밑바닥에서부터 슬금슬금 썩어가기 시작한다. 이 귤을 모두 감말랭이로 변신시킬 수 있다면! 


오늘 아침은 물러터져가는 귤들을 죄다 믹서에 넣고 한번에 갈아 마셨다. 100% 제주산 감귤주스다. 들어간 귤이 10개는 족히 될텐데, 어쩐지 배가 너무 부르다. 감귤주스라. 문득 귤과 감귤은 어떤 차이가 있나 싶어 찾아보았다.


감귤()은 운향과 감귤나무아과 감귤속, 금감속, 탱자나무속의 과일을 총칭하는 단어이다. 그러니까 유자, 레몬, 자몽, 오렌지, 탱자 등등도 다 감귤이다. 귤은 감귤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제주의 그 감귤만을 지칭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밀감()이 제주의 그 감귤만을 지칭하는 단어로 흔히 쓰였으나 일본에서 미깡[]이라 하여서인지 최근에는 잘 쓰지 않는다. 품종으로 따지자면 제주에서 흔히 심는 그 감귤은 온주귤()이라 하는 것이 가장 맞을 것이다. 온주는 중국의 한 지역명인데 이 지역에서 그 감귤이 유래하였다고 여겨 붙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운수미깡(), 중국에서는 웬추미간[]이라 하지만 예부터 우리 민족은 '귤'이란 단어를 흔히 썼으므로 온주귤이 적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는 언중이 널리 쓰는 말 그대로 감귤이라 한다. 

-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43&contents_id=4237



그러니까 유자, 레몬, 자몽, 오렌지, 탱자도 다 감귤인데 제주도 산 귤을 감귤이라고 하기도 하니까 유자, 레몬, 자몽, 오렌지를 좋아하고 귤만 싫어하는 나는 감귤을 좋아하는 것이냐 싫어하는 것이냐. 와따시가 와따시를.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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