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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6년 11월 14일 : 월차

 

출근하지 않는 월요일이다. 오예!

고향집에 누워서 뭉기적거리는데 출근하는 동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또한 얼마만인가.

/ 어무니, 누나야 월차가?

/ 어? 어

 

지난주 금요일에 퇴사했다는 사실은 엄마빼고 모른다. 굳이 말 안해도 되는데 그냥 했다. 잠이 덜 깬 채로 누워서 꽁알거렸다.

'그래 누나야 월차다. 월요일 발로차! 으라차차차촤!'

 

오랜만에 컴퓨터를 켜니 내가 몇달전에 정리해둔 몇 장의 사진이 들어있는 폴더를 발견했다. 나는 언젠가부터 예전처럼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디밀게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마 그 순간들의 모음집일게다. 기억할만한 2016년의 조각들.

 

 

1. 올해 열린 첫 벚꽃. 너무 예뻐서 고민고민하다가 그만.

 

 

2. 기세좋게 내리던 7월의 비. 빗소리가 예술이었던걸로 기억한다.

 

 

 

3. 볕아래 무럭무럭 자라는 그림자.

 

 

4. 비가 너무나 많이와서 능소화가 후두둑 떨어지던 여름.

 

 

 

5. 방안에 굴러다니던 고구마와 함께 여름을 보냈다. 지금은 양파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6. 지친 어느 날, 집으로 가는 길에 발견한 응원.

 

7. 3월. 친구가 회사 근처에 놀러와서 점심을 함께했다. 아직 공사를 끝낸지 얼마 되지 않아 불쾌한 냄새가 가득.

 

 

 

8. 겨울마다 이상하게 꼭 빙수를 먹으러 들리는 까페. 오래 알고 지낸 벗이 내게 말없이 빙수를 사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에 살러갔다. 바람결에 그 소식을 들었다. 그 나름의 작별 방식이었던 듯.

 

9. 벛꽃 보호구역. 천천히 천천히.

해마다 벚꽃을 보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소중하고 아름답고 중요한 것이다.  

 

10. 처음 도착한 운남성. 기차역으로 향하는 버스안.

안전출구, 네 글자가 나를 묘하게 안심시킨다.

 

11. 좋아하던 친구와의 추석 데이트.

 

12. 대구. 엄마와 어디를 다녀오던 길이었나. 버스에 적힌 깜찍한 문구가 귀여워 엄마에게 포즈를 부탁했다.

 

13. 3월 입사.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하늘을 보는데 목련 폭죽 터지기 직전이라 깜짝 놀라고 황홀하였다.

 

 

14. 점심 시간. 나와 놀아주던 (나 왕따야?) 예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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