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_')()()()/머리

남자는 휘파람 (feat. 태평양 어깨)


귀의 황홀은 어떻게 표현되는걸까. 눈처럼 눈알이 희번뜩거리는 것도 아니고, 코처럼 코피가 퐝! 터지는 것도 아니니. 그렇다고 귓바퀴를 포함한 근육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경련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귀는 그저 묵묵할뿐.

이상형은 첫사랑의 모습을 많이 따라가는데, 그 이유는 평소 꿈꾸던 이상형이 바로 첫사랑일 경우가 많고 - 첫사랑은 보통 앞뒤없이 단박에 흠뻑빠지게 된다 - , 첫사랑을 사귀면서는 '이 사람이 내 이상형이 확실함다!' - 축적된 데이터가 없어서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잘 모름 -를 부르짖게 되기 때문이다.

나의 첫사랑도 평소 내가 꿈꾸던 이상형의 하드웨어를 담당하던 분이었는데 -성격은 참 안맞았으나 잘 생겨서 참았다 - 마르고 호리호리한 체구에 큰 눈이 선해보이는 남자였다. 그 뒤로도 마른 남자를 그렇게나 선호하였으나, 남자의 어깨에 눈뜨게 된 계기는 어느날의 에스컬레이터.

아주 더운 여름에 힘없이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반쯤 걸치고 있는데, 내 앞에선 남성의 어깨가 참 씩씩해보였다. '아, 좀 기대고 싶다' 라는 생각이 순간 들면서, 낯선 남자의 어깨를 탐하는(?) 나에게 좀 놀랐달까. 바람불면 주유소 인형마냥 비틀댈 것 같은 슬림한 남정네들과 정신적으로 결별한 역사적인 날이다.

그래, 남자는 어깨지! 오늘 저녁에 보게된 작은 콘서트에서도 남자 보컬의 어깨가 빛을 발했다. 눈으로는 그의 어깨를, 귀로는 목소리를 쫓고 있는데 어머나 맙소사. 노래를 부르다말고 돌연 휘파람을 부는데 남자의 휘파람이 그렇게 섹시한줄 이제 알았다.

신이 남성의 목에 왜 사과를 한알씩 박아주었는지는 알길 없으나, 혹부리 영감의 노래주머니처럼 남자의 목에서는 섹시한 휘파람이 흘러나온다! 빼곡히 모아놓은 이상형의 덕목에 휘파람 추가.


 



 

'('_')()()() > 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 이제 시작이야  (0) 2016.05.22
따뜻하고 즐거운 방향  (0) 2016.05.22
가슴  (0) 2016.05.17
오빠  (0) 2016.05.17
예쁜 이가 되자!  (0) 201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