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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천천히 갔으면 좋겠어' 햇살에 코끝이 간지럽던 지난 겨울의 끝무렵에 문득 당신이 했던 말이다. 퇴근 후 다시 슬며시 검어지는 하늘을 마주하는 계절. 부쩍 내려간 온도에 온몸을 오소소 떨었더니, 내 옆의 당신이 '천천히 왔으면 좋겠어.' 하고 말한다. 천천히,라는 말을 천천히 발음해본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른 요즘. 계절만큼은 천천히 왔다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계절에 담긴 모든 것을 천천히, 자세히,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당신과 함께. ) 더보기
졸라게 사랑 에이포 귀퉁이처럼 날카롭게 생긴 여자가, 남자친구의 두 손이 제 볼따구를 철떡철떡 주무르는 것을 행복하게 내버려둘 때 느낀다. 아, 저건 사랑이구나. 졸라게 사랑이구나. 더보기
겨울이 옵니다 퇴근 후 마주하는 하늘빛이 어둡다. 아직 희끄무레 푸르스름한 저녁 하늘을 보며 '어! 봄이네' 했던 마음으로 슬슬 가까워지는 겨울을 마주한다. 따뜻한 햇볕에 코가 간질간질하던 겨울의 끝무렵, 곧 봄이라며 활짝 좋아하던 내게 / 왠지 겨울이 끝나가는게 아쉽지 않아? 하고 겨울의 뒤통수를 아쉽게 바라보던 눈빛을 떠올린다. 손을 꼭 잡고 집으로 향하며 이제 곧 겨울인 것 같다고 싫은 티를 내니 / 천천히 왔으면 좋겠어. 하고, 함께 싫은 티를 내던 너의 말을 떠올린다. 계절의 시작과 맺음은 어쩌면 사람들의 말과 함께 오는 건가봐. 더보기
기쁜 우리 젊은날 엄마가 아침부터 끓여주는 꼬들꼬들한 라면 먹으면서, 모로 누워가지고 날아라 슈퍼보드나 실컷 보다가 기타 좀 치고 책보고 잠들었다가 깼는데 내일 수업이 공강인 그런 평일을 떠올린다. 우리 가족의 젊은 날이 지나가는구나. 더보기
좋은 카피 나름 잘 나간다는 카피라이터의 문장 몇 개를 보았는데 영 못 마땅했다. 자기 시각은 없고 다른 작품에서 문장 몇 개를 따다가 이러저리 짜깁기 한 것이 과연 자기 것인가? 그럼에도 몹시 배가 아픈 이유는 문장 속에서 카피를 발굴해내는 그만의 시각과 먹기좋게 만드는 기술력 때문이려나. 사실 그게 전부일지도. 나의 시각과 기술을 개발할 때. 더보기
2017년 9월 2일 에이포 귀퉁이처럼 날카롭게 생긴 여자가, 남자친구의 두 손이 제 볼따구를 철떡철떡 주무르는 것을 행복하게 내버려둘 때 느낀다. 아, 저건 사랑이구나. 졸라게 사랑이구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