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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4일 : 아침 7시의 나와 너 평소보다 한시간 이른 출근길. 아침 7시의 나와 도시는 좀 닮았다. 부시시하고 몽롱하다. 더보기
2018년 10월 1일 마음이 어물어물한 날. 아침 출근길에 낮달을 보았다. 더보기
자란다 '자란다'는게 눈으로 보이면, 매순간 감각할 수 있다면 안심될 것 같다. 볼록하던 배만 보았던 친구의 아기는 이제 막 이가 나려하고, 금요일 밤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도 친구의 가족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몸이 다 자란 나는, 마음이라도 잘 자라고 있는걸까.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도 자갈섞인 밥알처럼 서걱거리기만 할 뿐. 더보기
엉망진창의 시간 라는 영화 덕분에, 비로소 물의 형태를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처럼 여느 시간과는 결이 다른 어느 특정한 시간 때문에 시간의 형태를 생각해보게 된다. 네모진 다이어리의 네모난 칸칸마다 무언가를 빼곡히 써넣고 계획하고 음미하는 아주 오랜 버릇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게 있어 시간은 단연 네모난 칸의 모양이다. 테트리스 블록이 바닥부터 차곡차곡 위를 향해 쌓이는 것처럼, 내 머릿속에서 보내는 하루의 형태도 그러하다. 단 하나의 빈틈도 없는 빼곡한 하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씻고 아침을 준비하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까지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또 무언가를 향해 바삐 달려가는 시간. 어제도 퇴근을 하고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다가, 배도 그리 고프지 않았는데 저녁 시간이라는 핑계를 대고 김밥집에 .. 더보기
슬며시 자취를 감추는 풍경 : 옥수수 . 오늘은 옥수수를 삶아 먹는다. 내 돈으로 처음 사본 옥수수다. 해마다 여름이면 강원도 할머니집 다녀오는 길에 찰옥수수를 샀다. 엄마는 손이 커서 이웃들 나눠준다며 백자루씩 막 샀다. 대구 여름이 오죽 덥나.옥수수를 그냥 나눠주면되지 뜨거운 찜솥에 붙어앉아서 옥수수 백자루를 삶겠다고, 대구사람들은 강원도 옥수수 삶을 줄 모른다고 땀을 뻘뻘 흘리는 엄마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겨울이면 또 김치를 한가득 담아서 주변 나눠주고 그런다.몸살까지 나가면서.) 나는 옥수수를 별로 안 좋아해서 엄마가 삶아놓은 옥수수를 기껏해야 한두자루 먹었다. 몇 해전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자연히 옥수수가 우리집 여름 풍경에서 사라졌다. 오늘 옥수수를 마주하고서야 그 풍경의 부재를 알아차렸다. 벽에 걸린 액자처럼 가만할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