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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들/우리동네 : 낙원이 되는 서교동교연남연희

연희동 목란 : 일상의 괴로움을 식도락으로 (혹은 꼭 무언가로) 이겨낼 필요는 없어

 

오늘도 목란이다. 우리동네 자체에 워낙 매력적인 식당이 많고, 식도락가는 아니지만 나름 '좋은 음식'에 대한 궁금증이 늘 있는 나이기 때문에 맛집을 자주 찾아다니는 것 같다. 나의 게으름을 상쇄시켜줄만한 가까운 거리도 단단히 한 몫하는 것 같고.

 

"다음엔 여기다!"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찻집도, 마카롱 전문점도, 빵집도, 수제 타르트가 유명하다는 그 집도... 이렇게 맛집 탐방에 열을 올리는 나를 보고 한 사람이 이렇게 (꼬집어) 말한다.

"꼭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는 마."

 

딱 이렇게는 아니고 비스무리한 뉘앙스로 말했는데, 처음엔 "뭔 소리야."로 응수했지만 3초 뒤에 곰곰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가? 내가 진짜 맛집을 가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나? 나는 그냥 새로이 집착할만한, 내 인생의 신선한 주제가 필요했던 걸까. 미친년처럼 콘서트를 쫓아다니다가 갑자기 뚝 잠잠한 것 처럼?

 

 

 

아무튼 오늘은 목란이다. 지난주에 예약까지 걸어놨다. 쌈티 3인방의 조촐한 회식을 위해서.

아니나 다를까, 평일의 한 가운데인 수요일 저녁인데도 만석이다.

 

 

 

 

목란 입성. 

 

회사 회식비라 최대한 싸게, 많은 것을 먹기 위해서 가장 싼 A코스(1인기준 20,000원) 를 주문하려 했으나 저녁에는 안된단다. 그래서 그 다음 코스인 B코스로. 군만두는 단품으로 따로 시켰다.

 

(지난번에 내가 '생각만큼은 아니다'라고 목란 군만두에 대한 평을 남긴 적이 있는데, 어제 자려고 누워서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중국 본토에서 워낙 맛있는 만두를 많이 먹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중국 아주 산골에 박혀있는 동네 사람들만 아는, 아침에만 여는 만두집에 가서도 먹어보고 여기저기거기서 만두는 다 먹어본 것 같으니. 그래서 목란의 군만두가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았나보다. 이미 내 혀의 기준치가 높아져 있었어... 목란의 군만두는 맛있다. 그리고 중국 본토에서 파는 군만두 맛에 제일 가깝다. 까맣게 잊고 있던 6,7년전 중국 만두가 문득 생각날 정도니까.

 

중국 친구가 산동성에 살았었는데, 어느날 나에게 아주 맛있는 만두집을 데려가겠다면서 동네 시장을 데려간 적이 있다. 꽤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만석. 겉보기엔 기름이 번드르르 한 것이 뭐 별거 있겠나 싶었는데, 내가 여태 먹어본 만두 중에서 최고로 맛있는 만두였다. 그리고 목란 만두는 담백하지만 그 맛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썰이 기네.)  

 

 

 

 

 

 

 

 

꼬량주도 한 병 시켰다. 향긋한 꽃 향기가 일품이다. 선배가 이렇게 말했지. "한방울 한방울이 코팅 된 것 같은 부드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