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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고 백go back

아아. 마이크 테스트. 잘 나오나요? 내 마음의 목소리가. 아아.

오늘 내 손으로, 드디어 결국 어쩌면 마침내 일촌끊기 버튼을, 길게 호흡하고 호흡보다 더 짧은 딸깍 찰나에 눌러버렸다. 아아아으. 이 허탈감이란.

정리해야 하는 관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 오랜시간 정리를 못하고 있던 나는, 이것을 사랑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는지-물론 자뻑의 냄새가 스멀스멀- 어쨌던지 간에. 몇번의 연애끝에 나라는 인간의 연애패턴을 발견하게 되는데 평소 물건과 장소,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기억과 미련이 진한 캐릭터 답게 사람에 대해서도 미련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만나왔던 시간보다 더 오랜시간을 들여 그 사람 생각을 하고 일어났던 일을 추억하고 곱씹고 혼자 슬퍼하기도 하고 또 혼자 즐거워하기도 한다.

일촌맺을때는 상대방 동의가 있어야 되는데, 일촌끊을때도 상대방 동의가 있어야 하지 않나?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그사람을 둘러싼 관계들이 하나 둘 '일촌'이라는 묘한 관계에서 빠져나가는걸 보면서 느꼈던 야릇한 서운함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관계맺기라는 건 쉽게 해서는 안되는 일임을. 싸이월드가 사람간의 관계를, 어쩌면 참 고깝게도 만들어 놓았다. 맥이 빠진다.

아무튼 꼭꼭 눌러참다 아주 가끔 그 사람의 생활을 엿보면서 '그래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내가 무슨 성자가 된것은 아니지만, 헤어지고 나서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기도를 몇번했었다, 사귈때도 안한 기도를- 과 '나는 이렇게 못지내는데' 하는 분노가 뒤섞여 휘몰아 치곤했는데, 또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뭘 못지내긴 얼마나 못지내나. 밥 잘먹고 친구들이랑 잘 떠들고 노는 자리 안빠지고 술자리도 찾아가며 마신 날들이었는데.

정리해야하는 관계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관계의 정리라는 것이 참 힘들고 이미 정리된 관계를 굳이 일촌끊기를 클릭해 한번더 나에게 확인사살까지 해야하나 하는 감정도 있었지만, 설사 상대편에서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그건 사실일것이다. 쿨하지 못한건 언제나 나니까- 상대방의 무심함을 탓하면서도 일촌이라는 얄팍한 관계에 기대고 싶은 나라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또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겨우겨우 정리를 했다. 이제 그 사람과 나와의 공통 키워드는 하나도 없어졌다.

연애란 뭘까? 또 사랑이란 뭘까?

나는 타로를 보지 않지만, 친구들은 늘 타로를 보면 백이면 백 연애운을 묻는다.지인들이 근황을 묻는답시고 제일 먼저 입을 떼는 것도 '어이 요즘 만나는 사람있어?' 라거나 '남자친구랑은 잘 지내?'

나는 한때 정말 사랑을 다 알겠다고, 다는 아니더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의 대부분의 국면을 이해하겠노라고 잠시 자부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정말 서로 편했고, 부모와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며 털어놓았을 정도니까. 그의 모든 것을 이해했고, 그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음에 자부심을 느꼈고 그가 나에게 거의 모든 정서를 기댄다는 것에 슬그머니 만족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도 그렇겠지만, 나도 그 사람을 위해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다. '완벽한 여자친구'의 가이드 라인을 너무 높게 잡은 탓에 그도 그만 거기 적응되어버렸고, 내가 책정한 가이드 라인을 내가 채우지 못해서 결국엔 지쳐 나가떨어진 것이 연애의 종지부였지만.

그래서 다음엔 다른 연애를 해보고 싶었는지, 아니면 갑자기 바빠진 생활리듬과 환경에 적응하느라 모든것이 무디고 귀찮아진 탓인지, 그 사람에게 늘 나만 뒷전인것 같은 이 패배감에 맞서보려고 똑같이 나도 그사람을 뒷전 취급하려고 노력한 탓인지, 이번 연애는 꽤 성공적이지 못했다. 실패 성공이 어디있겠냐마는 적어도 내 스타일의 연애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살갑게 정답게 잘해주고 챙겨주는 -물론 작은것에 예민하고 울컥하고 팩 하고 화내는 등의 모든 안좋은 것을 빼면- 스타일이 나의 연애였는데, 나는 그렇게 '못'했을뿐아니라 그렇게 '안'하기도 했으니.

잘 모르겠다. 뒤끝작렬 미련형 인간의 마인드로 나는 가끔 생각해본다. '고 백go back 한다면?' 우리 다시 시작한다면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그의 바쁨과, 그의 인생에서 중요도 순으로 나열해놓은 리스트들과, 그를 둘러싼 관계들과 그 밖의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하면서도 전처럼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쿨한척 하면서도 뒤로는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아마 나는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이해심이 없고,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기를 원하고, 작은것에 예민하고 걸핏하면 칼날처럼 예리한 단어들로 상처를 주고 싶어하기에. 

잘할 수 없다는 걸 빤히 알면서도, 자꾸만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가끔은 go back도 하고싶고 고백도 하고 싶은 이런 나를 나는 그냥 이해하련다. 

나를 잘 알기전에 그 사람은 나에게 탄산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잘 알게 된 뒤에는 샤프심 같다고 했다.

이제 조금 시간이 흘러, 그 사람이 가끔 나의 생각을 하게 된다면 어떤 사람이라 말하게 될까?
'처음에는 탄산같은 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샤프심 같았어. 어찌나 아프게 찌르는지'

나는 사랑을 좀 쉬고 싶다.
제대로 의 기준이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 많이 퍼주면 내가 지치고,
너무 많이 안주면 내가 슬프다.

가슴으로 마시는 사이다. 유희열이 그랬다던가.

탄산도 벌컥벌컥 뛰는 심장에 들이부으면
눈물나게 아프다.

나는 다음에, 는 어떤 사람이어얄지.
소맥을 맛있게 섞는것처럼

탄산과 샤프심의 어느 맛있는 농도에서
누가 딱 잡아줬으면 좋겠다.

어 그래, 넌 딱 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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