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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0년 9월 13일 : 숟가락 들 힘이라도

'니가 아플때면 나를 꼭 불러줘. 아프지 않을때도 날 불러줘. 내가 곁에서 뭐라도 하고 있을게' <우쿨렐레 피크닉>에 들어있는 한 곡의 가사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사랑 TJ가 만든 곡으로 알고 있는데, 안그래도 나의 이상형 외모와 이상형 몸매와 이상형 간지와 이상형 목소리를 소유하고 있는 TJ를, 이 노래를 듣자마자 더 사랑하게 되었달까! 어쩜 어쩜, 정서까지 이래, 하고 감탄을 연발하면서. 

몸살이다. 아프니까 우리집에 좀 와줘어어어어...하고 죽어가는 소리로 앵앵 댈 사람이 없다. -있는데 못 그런다. 그게 더 서럽다. 음 있긴 있는건가?- 아무튼 주말내내 골골 거리다가 결국 오늘아침 병가를 내고,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집에서 먹는다. 평소 내켜하지 않던 비타민도 두알이나 꿀꺽. 다시 골골골. 또 다시 일어나 냄비에 남아있는 도시락 반찬을 마저 먹고 다시 골골골. 골골골.

나는 늘 싱글 라이프에 대한 동경과 환상이 있다. 이리저리 얽히고 부대끼지 않아도 되고, 제 한몸 제가 잘 건사해나가면 되니까. 누구에게 누 끼칠 일이 있나, 싫은소리 들을 일도 없다. 내가 한곳에 둔 물건은 지구가 멸망할때까지 그 자리에 오롯이 있어줄 것만 같아 지금보다 한결 더 깔끔한 생활공간을 유지할 수도 있을텐데. 독립 독립 독립. 언젠가부터 은밀하게 품어오던 나만의 소박하고 원대한 꿈!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플때는 누가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정서까지 독립군이면 참 좋을텐데, 제 아쉬울때는 꼭 찾고싶고 기대고 싶어진다. 제 아프고 아쉬울때를 위해, 나머지 시간들을 저당잡히며 살아야 하는건가. 일종의 보험같은것 말이다. 점점 더 나이가 들면, 점점 더 못견딜텐데. 어쩌면 사람들은, 내색은 하지 않지만 혼자 있는 외로움을 견디기 싫어서 혼자있는 즐거움을 기꺼이 내어주는걸지도 모른다. 말도 안돼! 싫어! 라고 생각하지만, 문이 꼭 닫혀있는 동생의 방에 동생이 잠들어있다는(확인해보진 않았지만 그렇게 믿고있다) 사실 하나만으로도 조그마한 위안을 얻고 있다. 이렇게 아픈데 나혼자 집에 덩그러니 남겨진게 아니란거.

* 티제이. 부르면 오나요? 폰 번호 좀 알려줘요. 아무리 뒤져도 자켓에 폰 번호는 안써있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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