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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party nuddle

사랑해마지 않는 잔치국수! 나는 칼국수를 싫어한다. 왜 싫어하냐 물으면 칼냄새가 나서 싫다고 답한다. 열에 아홉은 뜬구름같은 표정을 지으며 뜨악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지만, 정말로 칼국수에는 묵직한 쇳덩이 냄새가 나서 싫다.

여름에도 꼭 따끈하게 말아먹는 잔치국수. 옛날에는 잔칫날에만 이 국수를 맛볼수있다하여 그렇게 이름 붙였나보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 어릴때는 엄마가 생일날 국수 아니면 라면 가닥이라도 꼭 먹였거든. 국수 가락처럼 오래오래 살라는 의미다. (가늘고 길게 살라는 말인가요)
결혼식 부페에서 국수를 찾아볼리는 만무하지만, 그럼에도 혼기가 꽉찬 남녀들에게 '국수 언제 먹게 해줄꺼야' 라는 말을 건네질 않는가. (부부가 국수가락처럼 얽혀서 금슬좋게 지내라는 뜻에서 먹었다고 한다.)

좋은 일과 맞닿아 있는 국수. 잔치국수. 좋은 일과 음식이름이 맞붙어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으니 국수를 먹을때마다 참 근사한 이름이라는 생각을 한다. 경사 떡볶이, 다행 된장, 미소 파전. 머릿속에서 급조해낸 조합들에 웃음이 나는걸 봐서 잔치국수는 암만 생각해도 멋지고 근사한 이름이다.

잔치국수는 언제부터 일상에서 평범하게 먹게 되었을까. 아마 한 누군가가 굉장히 슬픈일을 당해 낙담하고 있을때, 잔칫날에 먹었던 국수 한 그릇이 간절했을게다. 공기중에 술기운이 도는 것처럼 알싸하던 그날의 흥취, 사람들의 웃음소리, 코끝을 간질이는 기름 냄새, 동동당당 악기 울리는 소리. 그이는 잔칫날 먹었던 그 국수 한그릇을 얼른 말아 소박한 찬을 곁들여 먹지 않았을까. 즐거웠던 그날의 기억과 행복한 얼굴들을 떠올리며, 슬픈 일들을 국수가락과 함께 후루룩 넘겨 버렸을게다. 그이는 그 뒤로도 슬픈일이 있을때마다 국수 한그릇으로 기운을 차렸고, 우울한 얼굴을 한 친구들을 만날때마다 집으로 데려가 국수 한 그릇을 대접했다. 국수 한그릇에 삶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은 사람들은 집에서도 국수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고, 찾는 사람이 많아 국수를 파는 가게도 생기게 되었다. 끝.

좋은 일이 있을때마다 먹던 음식이라서, 나는 요즘도 잔치국수를 먹을때마다 그날은 왠지 잔뜩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올 여름에는 잔치국수 50 그릇 먹는게 목표. 잔치국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