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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뜨거운 물 괜찮으시죠?

 

 

'뜨거운 물 괜찮으시죠?'

 

얼굴의 절반 이상을 시커먼 마스크를 덮어쓰고 식당 안으로 들어선 나를 보며 아주머니가 건네는 말. 시청 근처의 지하상가에 있는 '깡장집'이라는 식당. 나는 여기를 정말로 좋아한다. 이 집만의 특별한 맛이 있어서라거나, 다른데서는 맛 볼 수 없는 대표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닌 그저그런 지하상가의 식당일 뿐이지만 그저그런 이 곳을 유일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 추운 겨울, 손님에게 따끈한 물 한잔을 내줄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아주머니 덕분.

 

일전에도 이 곳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참으로 곱다. 장삿속으로 곱게 지어내는 목소리가 아니라, 기품이 있으면서도 다정하다. 당신이 나에게 건넨 물 한잔처럼 그렇게 따끈한 온도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식당에 들어서는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정말로 살갑게 맞아준다. 아주머니는 메뉴 주문을 받을 때도 손님 눈을 바라보며 듣는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백순두부 한 그릇을 주문하고 앉았더니, 따끈한 밥 한공기가 그리운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혼자 와 구석의 작은 테이블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 여기는 바람이 차요, 저기로 앉으세요.' 하고 4인석을 내어주는 넉넉한 마음.

 

식사 때를 지나 식당으로 들어선 날이면 한가한 틈을 타 책을 읽는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다. 일전에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책을 읽으시냐고 이야기를 잠깐 나누다가, 다음에 책 한권 사드려야겠다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다음에 가게되면 꼭 선물을 드리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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