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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0년 3월 10일 : 1951년 이후 처음이라굽쇼?

어젯밤 열시 열한시를 기점으로 끊임없이 눈이 쏟아져내렸나 봅니다. 밤새 잠을 못이루고 새벽 두세시까지 뒤척거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장관이더군요. 현관 앞 작은화단에 자리한 목단이 눈을 폭 맞았습니다.
날씨뉴스를 보겠다는 엄마와 TV채널을 가지고 한바탕 투닥거리다 결국 패. 이렇게 눈에 보이는데 뭘 또  뉴스까지 싶어 툴툴거리는데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대구지역은 1951년 이후로...' 그 뒷 부분은 자세히 못들었지만 아무튼 1951년 이후 처음있는 대대적인 폭설이라는 말이 아닐까요. (언어영역 듣기에서는 이렇게 넘겨짚어 들으면 참패할 가능성이 농후함)

그러고보니 살면서 이렇게까지 대구에서 눈을 많이 본적이 없습니다. 강원도에 가면 무릎까지 푹푹 쌓이곤 했는데 대구는 언제나 무덤덤한 겨울이었거든요. 코끝만 맵싸했지 눈 구경이라고는 해본적이 별로 없었는데, 올해는 대구사람들이 평생 볼 눈을 다 보는건지 눈이 이렇게나 많이 내리네요. 눈에 자를 푹 꽂아 적설량을 측정해보았습니다.자의 앞부분5m가량을 제외하면 5cm정도 될 것 같네요.
잠시 대구에 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으하하) 지리를 유독 못해서 고3담임이셨던 지리선생님께 수시로 교무실에 끌려가곤 했었는데. '너 일부러 내 과목이라고 못하냐? 지리가 지리지리 하냐?' 뭐 이런 쌀쌀한 개그도 치셨었어요. 아무도 웃지않는... 아무튼 지리에는 관심도 흥미도 점수도 없었는데 유독 분지지형 하나만큼은 기억이 납니다. 역시 사람은 자기랑 뭔가 엮여야 좀 더 기억을 잘한다니까.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아마 어디서 불어오는지는 까먹었는데, 부산쪽에서도 불어오고 그러겠죠? 아닌가- 불어오다가 분지지형을 만나게 됩니다. 바람이 산을 타고 올라갈수록 기온은 낮아지고, 따라서 머금은 수분을 배출해야 산을 넘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구름이 생기고 눈과 비를 쫙쫙 배출하게 되는데, 마음껏 습기를 배출한 공기가 드디어 분지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대구에서는 눈을 좀처럼 보기 힘들어요.
                                   빨래건조대에 널린 눈. 빨래대신 건조되길 기다리고 있는거니
                          또 다른 화단의 조그마한 미니 화덕과 연탄. 옛 정취가 생각나서 찍었습니다.
                                                                전깃줄에 열린 고드름.

                                                            앗 엄마는 왕 비듬쟁이!
엄마가 마당에 세워놓은 성모상을 끝으로 눈내린 세상편은 막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성모님이 부들부들한 밍크를 하나 해입으셨군요. 앞에 있는 조그만 눈+사람은 천사랍니다. 머리가득 눈을 뒤집어 썼네요. 지금도 펑펑 쏟아지고 있습니다. 햐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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