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 이젠 여기가 우리 동네구나. 정말로 - 골목 귀퉁이에 자리한 작은 가게. 밤이 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는 가게 안에는, 늘 목을 이만큼이나 쭈욱 빼고 맞은 편의 TV를 넋놓고 바라보는 아저씨의 옆 얼굴이 들어있다.
입을 벌리고 TV를 보는 아저씨의 옆얼굴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 그렇게 재밌으세요? , 하고 말을 걸고 싶기도 하고
/ 아저씨 목에는 주름하나 없겠네. 싶기도 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으로 향하는 늦은 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밤이지만 무언가 허전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갸웃, 아. 가게에 불이 꺼져 있구나. 어쩐 일일까. 이튿날 밤에도 불이 꺼져 있어 슬그머니 궁금한 한편, 그저 골목 어귀의 불 켜진 작은 가게 하나가 나에게 그토록 위안이었구나. 말없는 안도였구나. 안심한 풍경이었구나 싶어 스스로도 놀랐달까.
출근길. 가게 입구를 기웃거리니 휴가를 간다는 짧은 메모와 함께 '죄송하다' 는 빼뚤빼뚤한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무어가 그리 죄송할까. 이 골목에 2년을 머무르며 단 하루도 가게가 불이 꺼진 날을 본 적이 없는데. 죄송해하지마세요. 오래오래 쉬다 오세요.
'오늘의 날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 5월 13일 : 뷰민라 2017 (0) | 2017.05.13 |
---|---|
2017년 5월 12일 (0) | 2017.05.12 |
2017년 5월 9일 (0) | 2017.05.09 |
2017년 5월 8일 (0) | 2017.05.08 |
2017년 5월 6일 (0) | 2017.05.06 |